“계약하기도 전에 기술자료 먼저 요구”…대ㆍ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문제로 부상

입력 2018-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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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료 제공 경험 중소기업 53.8% “대기업으로부터 서면 발급 안 받아”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시점(자료제공=중기중앙회)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시점(자료제공=중기중앙회)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중소기업 중 계약 체결 전에 자료를 요구받은 기업이 10곳 중 6곳 이상으로 나타났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실태 및 정책 체감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기술자료를 요구받는 경우가 많고, 기술자료를 제공하면서 서면도 제대로 발급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해당 조사의 조사대상 501곳 중 17곳(3.4%)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받았다고 응답했으며, 기계ㆍ설비(8.6%), 자동차(5.5%), 전기/전자(3.6%) 업종에서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비율이 높았다.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시점은 계약 체결 전 단계(64.7%)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계약 기간 중(29.4%), 계약체결 시점(5.9%) 순서로 조사됐다.

기술자료를 요구받아 제공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13곳 중 7곳(53.8%)이 대기업으로부터 서면을 발급받지 않았고, 3곳(23.1%)은 서면은 발급받았으나 협의가 아닌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서면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조사대로라면 기술자료를 제공했던 업체들이 분쟁에 휘말릴 경우 피해 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는 “거래처로부터 자동차 부품 개발 주문을 받아 약 2억 원을 투입해 부품과 설비를 제작했는데 납품 제안 단계에서 거래처가 설계 자료, 도면 그리고 특허 관련 자료 일체를 요구해와 납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제공했다”며 “기술자료를 다 넘기고 나니 우리가 개발한 제품을 양산하지 않기로 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알고 보니 거래처가 다른 협력업체로부터 이 제품을 납품받기로 계약했고, 결국은 거래처에서 우리 기술자료를 다른 협력업체로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는 이유(501개사, 복수 응답)는 주로 불량(하자) 원인 파악(51.9%), 기술력 검증(45.9%)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이외에 납품단가 인하에 활용(24.6%), 타 업체에 기술자료를 제공해 공급업체 다변화(11.2%)하기 위해서라는 응답도 있었다.

한편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발표한 기술탈취 근절 대책(공정위 ’17.9.8., 중기부 등 범부처 합동 ’18.2.12.)이 기술탈취 근절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 대책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41.9%)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13.8%)보다 3배가 많았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 중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대책으로는 과징금 상향 및 징벌적 손해배상 등 처벌강화(44.7%), 기술탈취 행위 범위 확대(22.8%), 기술임치·특허공제 지원 제도 활성화(14.6%), 집중감시업종 선정 및 직권조사 실시(10.2%)를 꼽았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중소기업도 정부 대책이 기술탈취 근절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받으면 사실상 거절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서면을 발급해 권리관계를 분명히 하고 나아가 중소기업 기술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기술거래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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