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성문제 다루는 남북회담을 기다리며

입력 2018-09-17 10:00 수정 2018-09-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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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지난 4월 27일, 오래간만에 맞이하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하여 발표 자료를 준비하다가 새삼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아니, 되짚어 보니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이미 충분히 그럴 것으로 예상하였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새삼 놀랐던 것은 1970년 이후 남북한 당국이 공식적인 대화를 개최하면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여성문제를 의제로 다룬 일이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충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자료를 준비하던 시점에 통일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계산을 해보니 1970년 이후 2017년 말까지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남북한 당국은 총 658회의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일부는 당국 차원의 남북회담을 정치/경제/사회문화/인도적 지원/군사 등 총 5개 분야로 분류해 놓았다. 그 가운데 정치 분야의 의제를 다루었던 회담이 가장 많아서 총 265회로 40% 수준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인도적 지원과 경제 분야의 회담이 각각 153회와 132회로 23%와 20%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하위는 총 49회로 8% 수준을 기록한 군사 분야 회담이었다. 아마도 남북한 당국이 여성문제를 의제로 삼아 공식적으로 논의했다면 마땅히 포함해야 할 것 같은 사회문화 분야의 회담은 총 59회로 9% 수준으로 최하위는 면한 순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내 관심사는 사회문화 분야의 회담이 아니라 그중에서도 여성문제를 의제로 다루었던 사례를 찾는 것이었다. 당연히 총 59회에 이르는 사회문화 분야의 남북한 당국 회담에서 어떤 의제를 다루었는지 다시 분류해 보았다. 그 결과는 체육 회담이 50회로 85%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회의 회담에서는 어떤 의제를 다루었을까? 역사 4회, 공중보건 2회, 산림과 기상 및 예술이 각각 1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를 놓고 평가한다면 사회분화 분야의 남북한 당국 회담은 사실상 체육 회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리고 여성문제를 의제로 삼았던 남북한 당국 회담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말았다.

이런 결과를 지켜보면서 남북한 당국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여성문제가 존재하지 않았다거나 그보다 더 긴급한 문제가 산적해 있어서 불가피하게 순위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남북한 당국 회담에 여성문제를 의제로 포함할 것인지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논의하는 움직임이 등장할 것을 기대한다.

비록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유리천장지수”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순위를 살펴보면 현재 상황에 만족할 수 없다. 이른바 OECD 국가 중에서 28위를 차지한 일본에 이어 29위를 기록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이다. 북한 여성의 현실은 더 말할 나위 없이 험하고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 당국 회담에서 여성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는 일을 더는 미루어 둘 수 없다. 이 땅의 통일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며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맞이하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늘 사람이 먼저라고 내세워 온 이번 정부에서 남북한 사이에 대화의 마당이 열릴 때 여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문제를 공식적 의제로 다루어 줄 것을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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