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리더, 시력보다 안목을 키워라

입력 2018-09-1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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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빼라.” 운동할 때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다. 태도를 가리킬 때도 그렇다. “그 사람, 목에 힘 좀 빼야겠어”는 부정적 인물평의 관용어구다. 힘을 빼는 유연함은 힘이 없는 무력함과 다르다. 하수 리더일수록 목에 힘을 주고, 눈을 부라린다. 힘을 뺄 줄 아는 유연함이야말로 운동이나 인격이나 고수 리더십의 공통 덕목이다. 이는 소통에도 적용된다.

실패한 리더들은 “나만 몰랐어, 왜 진작 좀 이야기해주지 않았어?”라고 가슴을 치고, 팔로워들은 “말해봤자 소용이 없어서”라고 탓한다. 위로 갈수록 정보는 저수지처럼 모인다고 생각한다. 실상은 반대다. 정보는 위로 갈수록 고운 채로 걸러지고 좁은 병목에 막힌다. 정보 깔때기의 법칙이다. 리더가 이를 모르거나 즐길 때 소통 경화-정보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리더의 자만과 직원의 태만이 맞물려 소통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리더가 눈에서 힘을 빼지 않으면 “맞습니다, 맞고요”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리더가 진실을 보는 것을 불편해하고, 구성원은 말하는 것을 불리해할 때 불통의 상하 궁합은 맞아떨어진다.

직장인 사이에 떠도는 조직생활 생존 노하우 1조는 ‘보고는 선결후과(先決後果), 결론을 먼저 알아본 후 과정을 추출하라’다. 결론은 상사의 의향을 뜻한다. 과정에 따라 결론을 도출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K 대표는 조직 불통 예방비결로 ‘눈에서 힘을 빼는 것’을 꼽았다. “리더가 눈에서 힘을 빼야 편견의 콩깍지가 벗겨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하지 않습니까. 똑똑한 리더의 착각은 시력이 좋다고 해서 안목까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내처 물었다. 눈에서 힘을 빼는 구체적 소통방법은 무엇인가. 그는 두 가지를 들었다. 결론보다 전제를 살펴라.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눈에서 힘을 빼야 앞의 결론 뒤에 숨어 있는 전제, 표면의 통계를 넘어 이면의 계통을 보게 된다는 설명이다. 리더 눈빛의 강도와 조도는 지향이고 의향이다. 이것을 드러낸 채 하는 소통은 가식이고 요식이다. ‘끝을 알고 보는 연속극’과 같다. 리더가 눈에 힘을 주는 순간, 물꼬는 그쪽으로 트이게 돼 있다.

리더의 편견, 확신에 대한 경계는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공자는 “마흔에 비로소 불혹(不惑)하게 됐다”고 인생을 회고했다. ‘미혹되지 않는다’는 외부 유혹 외에 내부의 선입관, 편견에 흔들리지 않음을 뜻한다. 어떤 질문이나 불편한 상황에 처해도 다 수용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말한다. 즉 부동의 완벽한 리더가 되기보다 불편한 의문을 포용하는 유연한 리더의 경지가 되었다는 의미다.

한비자는 “군주는 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지 않으니, 군주가 하는 바를 내보이면 신하는 그 의도에 따라 잘 보이려고 스스로를 꾸밀 것이다. 군주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버리면 신하는 바로 본심을 드러낼 것이고, 지혜를 버리고 옛 경험을 버리면 신하는 곧바로 스스로 대비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세기의 라이벌인 초나라 명문가 출신 항우가 열세한 처지의 빈농 유방에게 역전패당한 원인은 무엇인가. 유방은 “어쩌면 좋겠는가[如何]” 하며 의견을 요청한 반면, 항우는 “내가 어떤가[何如]” 하며 동의만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시드니 핀켈슈타인 미국 다트머스 대학 교수는 “실패한 리더의 공통점은 나태함이나 급격한 상황 변화, 도덕적 해이나 자금 경색이 아니다. 오히려 더 부지런하고 더 박식하고 상황에 민감했다. 실패 원인은 자기 확신과 성공 경험의 함정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리더인 당신, 눈에서 힘을 빼보라. 시력보다 안목을 키우라. 보고 싶은 것보다 보아야 할 것을 보라. 결론에 맞춰 요구하기보다 과정에 따를 것을 요청해보라. 그래야 헛똑똑이 ‘부록’ 리더가 아닌 편견과 선입관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의 소통 리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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