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남북 경제인 면담 … 인사 형식 빌린 ‘남북경협 사업 소개’

입력 2018-09-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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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신뢰 관계 쌓는 기회로”, 리용남 “통일 위해 유명한 인물 되시길”

기업인들 ‘북경제통’ 리용남 면담…최태원 “11년 만에 오니 많이 발전”

구광모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박용만 “공동번영 위한 자리 되길”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경제인들이 18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 면담에 참석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경제인들이 18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 면담에 참석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재계 총수 등 경제인들이 18일 북한의 경제담당인 리용남 내각부총리와 면담하면서 남북 경제협력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북측은 우리 기업들에 가능한 구체적인 사업 설명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개략적인 ‘경협 보따리’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외자 유치와 대외 경제 협력을 총괄하는 ‘경제통’인 리 부총리와 경협 논의가 이뤄진 만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리면 경협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경협은 북한이 남측 지원을 각별히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이끌어내는 마중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경제계 인사들은 이날 오후 인민문화궁전에서 리 부총리 등 북한 경제 지도부와 만났다. 리 부총리는 남측 참석자들을 향해 “남측 경제계의 명망 있는 여러분을 환영한다”며 “오늘 이렇게 처음 뵙지만 다 같은 경제인이고 통일을 위한 또 평화 번영을 위한 지점이 같아 마치 구면인 것 같다”며 경협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재계 총수들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경협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대북 제재가 해제돼야 실무 협의가 가능한 만큼 인사 형식을 빌려 주력 사업을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평양역 건너편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쓰여 있는데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면서 “세계 어디를 다녀봐도 한글로 그렇게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이게 한민족이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고, 신뢰 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특히 리 부총리는 “우리 이재용 선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라고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리 부총리는 이어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평양에) 11년 만에 왔는데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 건물도 많이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라난 것 같고, 상당히 보기 좋았다”면서 “저희(SK)는 에너지와 통신, 반도체 분야를 한다”고 소개했다.

구 회장은 “LG는 전자, 화학, 통신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은 “완성차 기업 2개와 물류·건설 분야 등 계열사 50여 개를 갖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 남북 관계가 빨리 발전할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맡고 있는 손경식 CJ 회장은 “경총 회장으로 노사관계 등을 맡고 있고 CJ는 식품 물류 사업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서울에서 1시간이 걸렸다. 지리적으로 이렇게 가까운데 심리적 거리가 상당했다”며 “오늘은 공동의 번영을 위한, 인식의 거리를 좁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다만 정부는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여서 경협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경제인들 면담은 제재 속에서 당장의 협력이 어려운 만큼 실질적 교류 협력이 가능해질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구체적인 MOU(양해각서)는 이번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다만 여러 협력 분야에 있어서 대화들을 더 진척시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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