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 보내” 퇴사 거부하는 일본 기업들…일손 부족 탓

입력 2018-09-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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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에 접수된 퇴사 거부 상담이 해고 상담 넘어…지방서 두드러져

▲1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직장인들이 주식 전광판 앞을 걷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직장인들이 주식 전광판 앞을 걷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일본에서 회사를 옮기려는 직장인들이 전 직장에 발이 묶여 오가지 못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일손 부족에 고민하는 기업이 퇴사를 결사적으로 만류한 영향이다.

19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후생노동청에 들어온 퇴사 거부 상담 건수는 해고 상담을 웃돌았다. 전국 노동국에 개별 노동 분쟁으로 접수된 개인 퇴사 문제 상담은 3만8954건으로 해고 상담보다 17%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해고 관련 상담이 4.1배 많았으나 2016년 역전됐으며 지난해부터는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신문은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1월 사이 이직을 위해 퇴사하려던 영업직 종사자가 상사의 면담 거부로 사표를 내지 못한 채 2주간 방치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예정보다 1개월 늦게 이직했다.

기업들이 이렇게까지 직원을 보내지 않으려는 이유는 일손 부족이다. 특히 지방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도쿄와 후쿠오카 등 노동 인구가 많은 대도시를 제외한 41개 도현에서 퇴직 거부 상담 수가 해고 상담을 넘어섰다. 우치야마 야키노부 나가사키 노동국 고용환경실장은 “지방의 인재가 부족한 가운데 고압적인 경영자의 만류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직원을 붙잡는다. 스다 미키 노무사는 “작은 출판사를 그만두려던 한 30대 여성이 사측으로부터 ‘여기까지 키워줬는데 너무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네가 그만두고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중소기업 사장도 있다”고 밝혔다.

보신주의에 급급한 관리자의 태도도 문제다. 한 관리직 종사자는 “부하 직원의 퇴직으로 평가가 나빠지는 것을 꺼렸다”고 밝혔다.

이에 퇴사를 대행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직장의 ‘파와하라(부당한 권력 사용과 횡포)’로 인한 퇴사 거부를 두려워하는 이직자들의 의뢰를 받고 본인 대신 퇴직 신고 서류를 제출한다. 일하는 사람이 퇴직을 신청하면 2주 후에는 퇴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민법 627조를 근거로 한 사업이다. 도쿄 지역에서 퇴사를 대행하는 ‘EXIT’는 5만 엔(약 50만 원)을 수수료로 받는다. 이 업체는 지난해 5월 창업 이후 약 1000명의 의뢰를 받았다.

기업의 입장도 난감하다. 올해 봄 엔·재팬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퇴사 희망자에게 승진 등을 제시한 기업은 65%였다. 그 중 60% 기업이 ‘설득 성공 확률은 20% 이하’라고 답했다. 정당한 방법으로 설득하더라도 이미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을 붙잡기는 어렵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악질적인 퇴직·이직 만류는 성장산업의 인력 이동을 막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자유로운 노동 시장을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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