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주주행동주의는 나쁘다?

입력 2018-09-20 10:13 수정 2018-09-2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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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소장

“기관투자자의 행동주의는 약탈적 가치창출이다.” “국민연금의 관여 활동은 정부가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연금사회주의의 일환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과도한 경영권 간섭을 합리화하는 도구일 뿐이다.”

기관투자자가 자금 주인인 고객의 돈을 마치 집사(Steward)와 같이 충실히 관리하라는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부작용과 우려에 날선 비판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국내 기업의 사례들을 보면 기우임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사례. 2015년 모바일 게임의 전통 강자 C사는 인수합병(M&A) 명목으로 18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작년 말까지도 자금을 사용하지 않았다.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 주주의 주식은 희석되어 주가는 그 비율만큼 하락한다. 우수한 영업현금흐름으로 순현금이 7000억 원에 육박했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떨어지고 있었다. 현금이 쌓여 있고 투자할 곳이 없으면 배당을 해야 하지만 회사가 주주환원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으로 C사의 주식은 경쟁사에 비해 저평가됐다.

기관투자자 X사는 2014년 11월 이후 주요 주주로 등극한 후 문제를 제기했다. 대표이사와의 미팅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서면 레터를 발송했고 회사가 그제서야 응답했다. C사는 2017년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했고 올해 2월 배당성향을 10~15%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주가뿐만 아니라 기업가치가 동반 상승했다.

두 번째 사례. 스크린 골프계의 최강자 G사는 계열사의 골프 테마파크 사업부 인수(영업양수)를 정기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세부 영업현황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는 매출액 46억 원,감가상각비만 60억 원에 이르는 등 수익가치가 전혀 없는 적자 사업부를 949억 원에 인수했다는 점이었다. 이 46억 원마저도 G사 매출의 2.31%에 불과했고 G사의 ROE는 이미 30%대 초반이었으므로 매출 확대와 시너지 창출이 회의적으로 보였다.

당시 G사의 현금을 포함한 단기금융자산은 1159억 원이었는데, 사업부 인수 자금으로 쓸 경우 재무 안정성 하락과 더불어 향후 배당 같은 주주환원 재원이 축소될 우려도 명백했다. 이러한 거래는 계열사가 G사의 지분 20.2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고, 계열사 대표가 G사의 대표까지 겸임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X사가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회사 지분이 53.75%였으므로 해당 안건은 통과됐다. X사는 즉각 주주총회 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G사는 2주 만에 양수계약을 해제했다.

세 번째 사례. 이달 19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 M사는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우면산 터널 등 12개 주요 사업을 운용하고 있는 글로벌 최우량 인프라 법인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인 M그룹 계열 운용사가 10여 년간 법인이사를 맡아왔다. 국내 토종 헤지 펀드 K사는 이에 대항해 운용사를 교체하자는 주주제안에 나섰다.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해 정부가 최소 수익을 보장해 주는 안정적인 사업인데도 지급 보수가 너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M사는 서둘러 보수 인하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 역시 경미한 수준이었다. 이번 안건은 주총에서 최종적으로 부결됐지만, 결과를 떠나 이번 주주제안으로 과도한 보수 문제, 추가 독립 감사의 필요성, 비합리적 정관 조항 등 개선점을 발견하는 큰 수확을 남겼다.

이 같은 사례들을 볼 때 현재 주주 행동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지나치다. 정상적인 회사에 막무가내로 간섭하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여는 장기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투자회사에 한해 의결권 행사 → 비공개 대화 요구 → 공개 서한 발송 → 주주제안 행사 → 주주대표 소송 제기 등 합리적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기관투자자들의 건전한 경영 감시와 건설적인 행동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모두를 높일 수 있다.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집사, 스튜어드의 소명(Calling)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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