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대 상속세를 탈루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검찰에 출석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6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21일 새벽 귀가했다. 전일 검찰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영일 부장검사)는 조 회장을 20일 오전 9시26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이튿날 오전 1시 55분께까지 조사했다. 조 회장의 검찰 출석은 6월 28일 소환조사를 받은 뒤 약 석 달 만이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조 회장은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 답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자료를 누락해 제출한 혐의와 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에서 20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날 검찰은 검찰은 조 회장을 상대로 모친 고(故) 김정일 여사와 지인 등 3명을 정석기업의 직원으로 등재해 20억여원의 허위급여를 지급한 혐의를 추궁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내용과 관련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때 한진의 소속 회사 명단과 친족 현황을 누락한 자료를 제출했다는 혐의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15년 동안 계열사를 신고하면서 △태일통상 △태일캐터링 △청원냉장 △세계혼재항공화물 등을 누락했다.
이 회사들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에 기내품을 납품하는 회사로 조 회장의 처남 가족 등이 지분 60~100%를 소유하고 있다.
기존 혐의와 관련해서도 보강 수사로 추가 확보한 증거를 제시하며 조 회장을 강도 높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소환조사 내용을 토대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은 7월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한 차례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