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보다 더 힘들어”...한가위 한가한 중소 택배업계

입력 2018-09-2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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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특수 사라진 중소기업계...“작년 이어 상여금 못 줘 죄스러운 마음”

“추석 상여금을 줘야 하는데 매출이 줄어들어서 엄두도 못내고 있다. 직원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다.” 이동재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무섭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석이 다가왔지만 내수 침체,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21일 중소 택배, 문구 업계를 운영하는 대표들은 “작년보다 상황이 안 좋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적으로 추석을 앞두고 물량이 몰려 택배업계는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곤 한다. 하지만 중소 택배업체들은 “추석 특수를 보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박흥래 한국택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대기업에서 나오는 100~1000개 단위의 물량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17일 조합 회의를 열었다. 조합은 120여 개사로 이루어졌고, 업체당 직원 수는 20~30명에 불과하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이들 업체 대부분은 직원들에게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그는 “작년에는 조금씩 주던 회사들도 올해는 상여금을 따로 주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원들도 미안해서 받을 생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

‘추석 특수’에서 비켜가긴 문구업도 마찬가지다. 문방구가 사라지면서 중소 문구 제조와 유통업 모두 수익 악화를 겪고 있다. 장난감 트렌드의 변화, 저출산 등이 겹치면서 국내 문구 산업은 몇 년 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특히 더 힘들다”고 밝혔다.

이동재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저출산으로 학용품 수요가 줄고, 스마트폰 같은 IT 기기가 장난감을 대체하면서 시장이 점점 줄어든다”며 “여기에 중소업체, 소상공인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에 직격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추석 특수 같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대규모로 뽑아야 사무용품도 많이 나가는데 사무용품 수요도 줄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추석 상여금을 작년과 올해 다 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며 “즐거워야 할 명절이 무섭다”고 말했다.

오세인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다이소의 학용품 판매 등으로 몇 년 전부터 중소 문구 유통업은 하락세였다”고 설명했다. 다이소는 문구류 등을 낱개로 판매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주범으로 꼽혀 왔다. 그나마 최근 동반성장위원회는 다이소를 중소기업 적합업종(문구소매업) 기업에 포함하는 내용을 심의ㆍ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다이소는 다음 달부터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대상에 포함돼 연필이나 노트 등을 낱개로 판매하지 않고 묶음으로만 판매하게 된다.

오 이사장은 “추석 선물로 학용품이 인기가 없어진 지는 오래됐다”며 “소매 문구 업체들이 많이 사라지면서 도매업도 힘들어지고 있는데 작년과 올해 비교해 봤을 때 올해 경기가 피부로 느낄 정도로 더 안 좋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18년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1.9%가 자금 사정이 곤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추석에 필요한 자금은 전년 대비 4800만 원 증가한 평균 2억8700만 원이었으나 자금 확보율(67.0%)은 5.9% 낮아지면서 중소기업의 추석 자금 사정은 전년 대비 악화했다.

자금 사정 곤란의 원인으로는 내수 부진으로 인한 매출 감소가 67.5%로 가장 많았으며, 판매 대금 회수지연(32.1%), 원자재 가격 상승(29.9%)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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