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FTA 운명 틀어쥔 ‘젖소’...미국의 ‘제 발등 찍기’?

입력 2018-09-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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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품 시장, 수출액·상대국 시장 점유율에서 미국 > 캐나다...캐나다, 정치1번지 퀘벡 최대 유제품 생산지여서 양보 어려울 듯

▲치즈 숙성 창고에서 치즈를 들고 있는 장인. 로이터연합뉴스
▲치즈 숙성 창고에서 치즈를 들고 있는 장인. 로이터연합뉴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가 가장 팽팽하게 맞서는 부분은 ‘유제품’이다.

최대 270%에 달하는 캐나다의 유제품 관세를 둘러싸고 미국과 캐나다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NAFTA 개정 협상이 공전하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 유제품 관세를 놓고 미국이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제 발등을 찍는 것일 수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8월 27일 멕시코와 나프타 개정안에 합의한 미국은 30일을 기한으로 정하고 캐나다에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캐나다도 요지부동이다.

미국과 캐나다가 이렇게 부딪히는 이유는 이렇다. 캐나다는 낙농에 대해 생산량 할당제를 통해 가격을 관리하는 보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이것이 불공정한 무역이라며 관세 철폐나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NAFTA를 끊고 멕시코와 양자협정을 맺겠다고까지 위협하고 있다. 반대로 캐나다 역시 미국이 낙농가에 가격관리 지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캐나다의 유제품 문제를 포함해 우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수급 관리 시스템에 대한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미국과 멕시코와의 협상에서 이를 지켜내겠다”고 맞불을 놓은 상태다.

270%라는 높은 관세와 캐나다 정부의 낙농업계 지원만 봐서는 미국이 일견 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듯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캐나다 유제품 시장을 장악하고자 25년간 유지해 온 NAFTA를 버리는 것은 오히려 손해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NAFTA 협정 내에서 낙농업은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이며, 캐나다의 낙농업계 자체가 미국보다 훨씬 작아서 무역 관계를 뒤흔들어 미국이 얻을 것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캐나다의 높은 낙농업 관세에도 오히려 무역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산 유제품을 연 1억3700만 달러 어치(약 1520억 원)를 수입하고, 되레 4억7000만 달러 규모를 수출하고 있다. 또 캐나다 유제품 시장에서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5%에 달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캐나다산 제품 비중은 2.9%에 그치고 있다. 미국 시장 내 점유율 순위로만 봐도 캐나다는 10위에 불과하다.

해밀턴플레이스스트레터지스의 토니 프라토 설립자는 “캐나다의 아주 작은 낙농 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역사상 미국에 가장 유리한 무역 협정을 날려 버릴지 모르는 위험에 비해 이득은 너무 작다”고 말했다. 미국 상공회의소의 존 머피 국제정책담당 수석부사장은 “미국의 낙농 수출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은 멕시코”라며 “멕시코가 1순위이며 캐나다는 2순위”라며 캐나다 시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캐나다의 관세를 철폐하면 미국 낙농업계 침체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는 있으나, 이를 위해 NAFTA를 희생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은 당장 캐나다 낙농업 시장에 대한 요구를 철회할 것 같지 않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의 가장 큰 문제는 딱 하나, ‘우유’다”고 말했다.

캐나다 역시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캐나다 정치 1번지나 다름없는 퀘벡주는 유제품 최대 생산지다. 캐나다에서 유제품 생산과 치즈 제조업은 단순한 국가 경제 차원을 넘어서 자존심과도 결부됐다. 트뤼도 총리가 유제품 관련 사안에서 강경하게 맞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캐나다 농업부의 올리버 앤더슨 대변인은 “캐나다의 공급 관리 시스템은 50년간 지속해왔다. 국내 낙농 공급과 소비자 수요 균형을 유지해 과잉 생산을 방지하고 우리 낙농업 종사자들이 세계 시장의 침체를 견뎌낼 수 있게 한다”며 “정부는 이 시스템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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