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은 정책목표에 고용을…신중해야할 세 가지 이유

입력 2018-10-01 10:42 수정 2018-10-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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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금융 전문기자

한국은행 정책목표에 고용을 넣는 방안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또다시 추진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 목적에 종전 ‘물가안정’ 외에 ‘고용의 확대’를 추가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행법’ 제1조에는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한은법 개정을 통해 ‘금융안정’을 추가했지만, 이는 물가안정의 부속 목표로 인식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취업자 수 급감이 이 같은 한은법 개정의 한 요인이라는 게 서 의원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가깝게는 7월 16일 한은 노동조합(노조) 창립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영선·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축사를 통해 “한은의 역할도 새로운 시대, 새로운 환경에 맞게 모색돼야 한다”며 ‘고용안정’을 한은의 목표에 추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

멀게는 직전 19대 국회에서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했다. 2015~2016년에도 한은 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한은은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8월 31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여전히 고용을 설립 목적에 두는 것에 대해 대단히 조심스런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반대 입장이 아니더라도 한은 정책목표에 고용을 넣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우선 중앙은행 기능과 맞는지 따져볼 일이다. 미국 연준(Fed)의 아홉 번째 의장이자 최장 기간 연준을 이끌었던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William McChesney Martin)은 “중앙은행이 할 일은 파티가 막 시작될 때 펀치볼(punch bowl)을 가져가 버리는 일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도 “중앙은행도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에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정부는 성장에, 중앙은행은 안정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었다.

고용은 대표적인 경기 후행변수다. 경기가 좋아지고 일손이 부족함을 느낄 때 그제야 고용을 늘리기 시작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한은의 목적조항에 고용을 넣겠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이 늘기까지 금리인상을 자제하라는 또 다른 목소리인 셈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 중에서도 고용을 목적으로 부여한 곳은 미 연준과 호주 중앙은행(RBA)뿐이다.

의무만 지우고 마땅한 권한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서형수 의원 측이나 박영선 의원도 이 같은 지적에는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실제 서 의원 측의 경우 “연준도 적극적인 수단은 없다”는 말로 즉답을 피해 갔다.

앞서 한은법 개정에서 추가된 금융안정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안정 문제를 풀어나갈 수단을 한은이 갖고 있지 못해서다. 일각에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결정 권한을 한은에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마저도 자칫 금융감독 당국과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높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은법에 고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은 공교롭게도 두 가지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당을 가리지 않고 여당을 중심으로 나온다는 점, 대내외적으로 금리인상 필요성이 부각되던 시점에 나온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간 한은은 정치권과 정부에 휘둘려 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저금리·고환율 정책인 747정책(7% 성장, 소득 4만 달러, 경제 세계 7위) 입안자임을 자처한 김중수 전 총재가 “한은도 정부다”라는 말과 함께 취임했었고, 박근혜 정부 시절엔 “척하면 척”으로 대표되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언급에 현 이주열 총재가 화답해 왔었다. 한은법에 고용이 없더라도 ‘성장’에 방점을 둔 통화정책을 펴 온 것이다. 한은의 목표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지켜 나가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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