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의 ‘코세페’가 미국의 ‘블프’ 되려면

입력 2018-10-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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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내수 활성화를 위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본따 만든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올해로 네 번째 열렸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예년보다 행사 기간이 짧아지고 참여업체 수와 정부 지원 액수가 줄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행사가 시작된 지난 주말, 예상대로 흥행이 신통치 않았다는 언론 보도가 많았다. 매년 그렇듯 인기 상품은 할인 대상에서 빠져 있기 일쑤고, 할인율도 아무 때나 받을 수 있는 수준에 그쳤다는 보도도 있었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선 “한국은 정가를 부풀려 놓고 1년 내내 세일한다”라거나, “해외 직구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속이기 좋은 행사”라는 불만과 비아냥이 나왔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해가 갈수록 자리를 잡아가기는커녕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 ‘직매입’ 비중이 낮은 한국의 유통구조 때문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들로부터 판매수수료를 받는, 부동산 임대와 유사한 방식(특약매입)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 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을 사들여서 판매하는 직매입 영업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은 백화점의 직매입 상품 비중이 80~90%, 프랑스나 영국도 60~70% 되는 데 비해 한국은 20~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성공하려면 결국 유통업계의 직매입 비중을 높이는 게 답이다. 물론 현재 전체 상품의 20~30%밖에 되지 않는 직매입 비중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국내 업계가 아직 직매입을 늘릴 만한 MD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유통 시장에서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진 것은 물론 국내와 글로벌의 국경까지 무너진 무한경쟁시대에 선진국 업체들이 70~80%의 할인율로 공세를 해오는데 우리는 30% 남짓한 할인율로 손님을 끌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당연하다.

현 유통구조를 고수하다가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에 클릭하는 해외 직구족, 해외 면세점과 아웃렛 등으로 몰려가는 해외 여행객 등 국외로 내수 소비를 빼앗기는 일만 남았다. 직매입 방식을 도입해 할인율을 끌어올려야 해외로 나가는 소비를 국내로 되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직매입 유통 방식은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2년 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코리아세일페스타가 협력·제조업체에 큰 부담을 전가한다며 “협력업체, 제조업체의 목 비틀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우 의원의 지적은 현행 특약매입 방식이 세일행사 참여 강요 등 갑질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집주인이 세일을 할 생각이니 세입자(입점업체)들에 강압적으로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세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비해 직매입은 제품에 대한 소유권부터 판매나 재고 부담까지 다 유통업체가 지기 때문에 제조(협력)업체는 좋은 상품 개발에만 신경 쓰면 되니 갑질 논란은 성립되지 않는다.

다행히 지난해 열풍을 일으킨 롯데백화점의 ‘평창 롱패딩’이 직매입의 씨앗을 틔운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평창 롱패딩은 소비자들이 백화점 앞에서 밤새 줄을 서는 등 출시 한 달여 만에 3만 벌을 완판시키며 직매입 신화를 썼다. 롯데백화점은 평창 롱패딩을 기획한 평창 라이선스팀의 노하우를 활용해 ‘제조형 직매입’ 사업 등 신사업 전략팀으로 키우기로 했다.

대한민국은 청년, 중장년, 노년 할 것 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가 불필요한 소비, 불합리한 소비에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철갑 지갑을 열 수 있는 열쇠 중 하나로 유통업계가 영업 방식의 전환을 고려해 볼 만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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