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스코 새 노조에 대한 기대와 우려

입력 2018-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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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비 산업부 기자

2018년 가을, 포스코가 노사 관계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 50년 역사상 사실상 ‘무(無)노조’에 가까웠던 포스코에 새로운 노동조합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들 때까지 커다란 노사 분란을 겪지 않았던 포스코인 탓에 새 노조 설립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재계에서 포스코 새 노조에 기대하는 것은 ‘기업 시민형’ 노조의 탄생이다. 그간 포스코는 ‘노경협의회’를 통해 노사 문제 및 회사의 중대 사안들을 협의해 왔다.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는 이 노경협의회를 철강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한국형 노조라면서, 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등 작업장을 도와주는 생활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경협의회와 같은 노사 관계의 한국형 노조의 새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계가 기대하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기존 노경협의회처럼 회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포스코의 새 노조가 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현재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노조 리스크’와는 다른 모범 노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새 노조 설립에 따른 우려는 역시나 생산성, 기업 경쟁력 악화 문제다. 그간 국내 제조업의 노조들은 회사의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와중에도, 임금 인상을 외치면서 파업을 강행해 온 탓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갔다. 노조의 ‘양보’와 ‘배려’는 사측의 ‘양보’와 ‘보상’을 담보하는데도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폭스바겐 노조의 ‘양보’는 포스코가 주목할 만한 내용이 많다. 1994년과 2004년 경영 위기에 처한 폭스바겐은 직원 수만 명을 정리해고하고자 했다. 그때 노조는 ‘일자리 나누기’로 회사의 어려움을 분담하자고 사측에 제안했다. 이후 노사는 정리해고를 철회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20% 단축하고 임금을 16% 줄이기로 결정했다.폭스바겐이 수차례 위기를 별탈 없이 넘긴 것은 이 같은 노조의 큰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건강한 노사 관계는 ‘양보’에서 나온다. 국민의 기업 포스코의 노조가 ‘양보’의 미덕으로 한국형 노조의 전형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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