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 약속하고 ‘일자리 명세서’ 건넨 정부

입력 2018-10-0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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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쇼크’ 이후 반기업 정서 약화 “내년 상반기 13건 규제개선” 발표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과 동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들어 기업 현장을 찾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4일 하이닉스 청주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선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면서 기업의 투자 장애 요인을 없애고 산업 인프라 지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반기업 정책 기조는 분위기 변화가 확연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해 ‘고용 쇼크’가 가시화되면서 결국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기업과 손 잡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이번 SK하이닉스 청주공장 방문은 지난해 12월 이후 다섯 번째 현장 방문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순방 때 현대차 충칭공장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올해 2월 한화 큐셀 진천사업장을 찾았고, 4월엔 마곡 LG 사이언스파크를 방문했다. 특히 7월 인도 순방 때 현지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5분간 독대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13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활력을 되찾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선 대기업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최근 고용쇼크에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일자리위원회의에서 “결국 기업의 투자 촉진과 활력 회복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6월 중순 청와대에서 열린 ‘하반기 정책 기조 점검회의’에서 “기업과 자주 소통하고, 기업 애로를 청취해 해소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현장 방문을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정부 관계자들을 독려하면서부터 기조 변화가 감지됐다. 문 대통령 취임 초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경제팀이 개별 기업과의 접촉을 꺼렸던 기조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이 같은 기조 변화가 일어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최우선으로 내세운 일자리 성적표가 ‘F 학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성장·규제혁신, 일자리 확대를 핵심 성장 기조로 삼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반기업 정책 기조로 투자가 위축되면서 반작용으로 고용절벽이 심각해졌다. 일자리 창출에 한계를 느낀 문 정부가 대기업들에 ‘일자리 계산서’를 내밀며 기업규제 혁신으로 선회한 배경이다. 문 대통령이 8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 분리’ 원칙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일자리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신산업 일자리 창출 민간 투자프로젝트 지원방안’은 과감한 규제 혁신을 통해 2022년까지 민간 주도로 10만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들이 미래차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개 분야에 약 125조 원을 투자하고 정부는 기업 투자에 차질이 없도록 관련 예산도 30.6% 늘렸다. 미래차 예산은 37.8% 증액한 6935억 원, 에너지 신산업은 23.6% 늘린 9526억 원, 바이오·헬스는 49.4% 증액한 814억 원 등 5개 분야에 1조 7726억 원을 배정했다. 개발제한구역 내 압축천연가스(CNG) 수소로 전환하는 개질기 설치 허용(미래차) 과 염해 간척농지 일시 사용허가 기간 연장(에너지 신산업), 유전자 분석서비스 허용 항목 확대(바이오·헬스) 등 내년 상반기까지 13건의 규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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