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5일 박근혜 정부 시절 면세점사업권 재승인 등 경영 현안과 관련해 도움을 받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낸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K스포츠 재단에 낸 70억 원은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라는 중요 현안과 관련해 대통령의 직무집행의 대가로 제3자 뇌물공여에 해당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단독 면담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해 신 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했고, 이에 불응할 경우 기업 활동 전반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고 강요에 의해 의사결정이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뇌물공여죄를 엄히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신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이 부정 청탁의 결과물로 인정돼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재판부의 유죄판결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면세점 특허를 재차 상실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현행 관세법 178조에선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세관장은 그 특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직후 롯데월드타워점의 특허 취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 관세청은 이날 항소심 결과에 따라 롯데월드타워점 조만간 특허 취소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업계는 이날 항소심 선고 결과를 바탕으로 관세청이 특허를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관세법을 위반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2년이 지나지 않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가 운영인일 경우 특허를 취소해야 한다’ 라는 관세법 178조와 175조 규정을 들어 신 회장이 지배력을 갖고 있는, 국내 8개 롯데면세점 특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항소심 재판 결과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 점의 특허취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면세점 판도에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월드타워점의 경우 롯데면세점 연간 매출액의 평균 10%(2017년 매출액 5700억 원)가량을 책임졌던 매장인 만큼 특허가 취소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세계 면세점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은 6조2000억 원의 매출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9조200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스위스 듀프리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한 롯데면세점은 세계적 위상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매장 철수와 공항 면세점 입찰에 실패하고 해외사업 매출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해 5조 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3위 업체 프랑스 라가르데르가 롯데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와 면세점 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신 회장이 관세법이 아닌 뇌물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운영인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관세법에선 운영인을 보세구역을 직접 운영하거나 감독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어 신 회장은 보세구역 운영인이 아니라는 주장으로 전면 반박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판결문에 ‘롯데면세점 재취득과 관련하여 관계 공무원들이 직무집행을 하는데 있어 부당하게 직무직행을 하거나 공무원이 롯데면세점에 유리하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증거는 없다’라는 내용이 있다”며 “관세청에서도 이부분에 대해서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