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Q 유통 경기 미리보기…온라인 웃고, 편의점·슈퍼마켓 울고

입력 2018-10-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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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사진 제공=대한상공회의소)

올해 4분기 경기전망을 두고 소매 유통업체 간 업태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홈쇼핑이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백화점은 모처럼 경기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편의점, 슈퍼마켓, 대형마트는 비수기를 예상했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올해 4분기 RBSI는 전분기보다 1포인트 하락한 ‘96’으로 집계됐다.

RBSI가 기준치(100)를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업태별로 홈쇼핑(120), 온라인 쇼핑(107), 백화점(105)은 경기호전을 전망하는 기업이 많았다. 특히 백화점은 3년 6개월 만에 기준치를 넘어섰다. 대형마트(89), 편의점(88), 슈퍼마켓(81)은 부정적 전망이 더 많았다.

백화점은 지난 분기보다 23포인트 오른 105를 기록, 2015년 2분기(104) 이후 처음으로 긍정적 전망이 더 많았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겨울패션 판매와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매출상승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3월 이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늘어나며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자산효과가 경기전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는 지난 분기보다 8포인트 하락해 89를 기록했다. 슈퍼마켓, 온라인 쇼핑 등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계기로 유통업체들이 영업시간을 단축한 것도 지수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영업시간을 자정에서 밤 11시로 한 시간 앞당긴 만큼 매출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편의점 경기전망은 지난 분기보다 20포인트 하락한 88로 집계됐다.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동절기의 계절적 특성이 지수하락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슈퍼마켓은 지난 분기보다 14포인트 떨어진 84로 조사됐다. 동절기라는 계절적 요인에다 이상기온으로 인해 배추, 시금치 등 농산물 가격 급등이 식품취급이 많은 슈퍼마켓 매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분기 추석명절 기간의 매출증가로 인한 기저효과도 있다.

홈쇼핑 경기전망지수는 지난 분기보다 20포인트 상승해 120을 기록했다. 호조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로 T커머스(TV와 커머스의 합성어. IPTV나 디지털케이블TV를 보며 상품을 고르는 상거래), 모바일 등 신규채널 매출이 늘어나고 여행, 렌탈 등 무형상품의 성장세를 꼽을 수 있다. 겨울철 패션 성수기 진입에 따른 매출증가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은 107로 지난 분기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가전, 화장품에 이어 식품까지 모든 상품군에서 온라인 소비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쇼핑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4분기에는 온라인 쇼핑 업체들의 연말 할인행사가 집중되고, 코리아세일페스타, 광군제, 블랙프라이데이 등 국내외 온라인 프로모션으로 인한 매출증가 예상 심리도 작용했다고 보여진다.

4분기 수익전망에 대해서는 ‘악화될 것’(72.0%)이라는 응답이 ‘호전될 것’(11.6%)이라는 응답보다 더 많았다. 특히 편의점, 슈퍼마켓, 대형마트 업태는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88.6%, 72.7% 55.5%로 나타났다. 반면 홈쇼핑, 온라인 쇼핑, 백화점 업태는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80.0%, 51.6%, 40.3%였다.

임시직(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은 편의점과 슈퍼마켓, 대형마트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크게 받는 업태로 매출이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홈쇼핑, 온라인 쇼핑, 백화점은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비용상승 요인은 많지 않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필요한 정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유통업체들은 ‘규제 완화’(45.0%), ‘최저임금 속도조절’(17.8%), ‘제조업 수준의 지원’(15.1%), ‘전문인력 양성’(4.8%), ‘신기술 개발 지원’(3.3%) 등을 차례로 꼽았다.

기업들이 ‘규제 완화’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꼽은 이유는 현재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만 적용되고 있는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를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해 달라”는 주문은 주로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나왔다.

김인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조사팀장은 “이번 조사에서 많은 유통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이나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규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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