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집값의 60% 넘게 빌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50조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주담대 중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139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 금액은 주택금융공사 양도분(은행 계정의 약 10%)을 제외한 규모다. 이를 반영해 은행권 주담대 중 LTV 60% 초과분을 추산하면 153조 원에 달한다. 전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470조 원의 약 3분의 1일 차지한다.
금융위원회는 LTV가 60%를 넘으면 ‘고(高) LTV’로 분류하기로 했다. 2020년부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LTV 60% 초과 대출은 고 LTV로 보고 위험 가중치를 최대 2배로 높인다. 위험 대출인만큼 은행이 자본을 더 쌓으라는 의미다.
고 LTV 대출 153조 원 가운데 LTV가 70%를 넘는 대출도 16조 원에 달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 적용되는 LTV(40∼50%)는 물론 조정대상지역과 일반 지역에 적용되는 LTV(60∼70%)도 웃도는 대출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LTV가 60∼70%를 넘는 대출은 지난 정부에서 규제 완화로 받았던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 LTV 대출의 규모는 2010년 말 43조 원에서 2012년 말 60조 원, 2013년 말 67조 원 등으로 비교적 완만하게 늘었지만 2016년 말 160조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8ㆍ2 대책’ 덕에 2017년 말 잔액은 153조 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5년 전(2012년 말)과 비교하면 고 LTV 대출 규모는 2.5배 늘었다.
다만 주담대 연체율은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체 연체율은 0.70%이며 LTV 70% 초과 대출의 연체율은 2.06%다. 이를 근거로 금융당국은 우리나라 가계부채를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금리 덕이라고 풀이한다. 경기 침체나 금리 인상 등으로 언제든 악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 의원은 ”LTV는 경기부양 수단이 아닌 금융규제 수단으로, 금융당국은 LTV뿐만 아니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