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고유가’에 치이고, ‘고금리’에 휘청이는 한국경제

입력 2018-10-08 09:03 수정 2018-10-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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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얼마 전 tvN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종영했다. 신미양요(1871년) 때부터 을미사변(1895년), 아관파천(1896년) 등이 시대적 배경인 이 드라마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구하기 위해 저항했던 의병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 놓였던 우리나라 상황은 마치 요즘 우리 경제 시장의 모습과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국내 증시는 아주 사소한 이슈 하나에도 흔들리고 있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글로벌 이벤트에 우리 경제는 늘상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주만 해도 그렇다. 3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금리(10년물 기준)가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인 연 3.18%로 마감하자, 대한민국 증시는 곧바로 휘청거렸다. 4일 코스피지수는 35.08포인트(1.52%) 내린 2274.49에 마감했다. 2280선이 붕괴된 것은 8월 22일 이후 6주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주식을 엄청나게 팔아치운 결과다.

금리가 올라가면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리기가 부담스러우니,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7일(7735억원) 이후 가장 많은 532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앞서 4월에도 우리는 비슷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당시에도 미국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돌파하자, 코스피지수는 나흘 만에 160포인트 넘게 빠졌으며, 외국인 매도 역시 최고치를 기록하며 4일 동안 2조 원이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6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미국 금리의 움직임 하나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매력적이지 못한 시장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유가 상승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최근 치솟고 있는 국제 유가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는 치명적이다. 국제유가는 감산 참여국들의 추가 증산 합의 불발,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 등의 영향으로 유가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곧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100달러를 돌파하게 되면 2014년 이후 처음인 셈이다.

실제 3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은 전날보다 0.41% 오른 배럴당 83.29달러를 기록했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18달러(1.6%) 오른 76.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모두 4년여 만에 최고치다.

국제 유가 상승은 우선 휘발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가계 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9월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637.6원으로 전월 대비 19.3원(1.2%) 올랐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소비 여력 약화, 내수 시장 위축 및 기업의 생산율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내수시장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산업의 움직임만으로도 쉽게 타격을 받는다.

미국 금리 인상, 국제 유가 상승 등 2가지 예만 봐도 한국 경제의 맷집이 아직 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사상 최고의 실업률,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와 생산력 감소 등 우리 경제를 아프게 하는 요인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 원유시장의 헤게모니를 컨트롤할 수 없으며, 여전히 미국의 정책 방향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우리 경제, 국내 증시를 한탄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일본처럼 막대한 돈을 퍼붓는 식의 ‘헬기 머니’와 같이 백약이 무효한 정책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기초체력이 떨어져 ‘저성장의 늪’에 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하나라도 효과를 낼 수 있는 정부의 약(정책) 처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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