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진 부동산 세금

입력 2018-10-08 06:00 수정 2018-10-0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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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ㆍ양도세 강화로 주택시장 위축 불가피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이제 주택시장은 세금 문제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것 같다.

지금까지는 위치가 중요했으나 앞으로는 보유세·양도세 등 세금이 적은 주택이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소리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아닌 6억 원 또는 9억 원 미만 주택으로 매수세가 쏠릴 가능성이 많다.

정부가 종부세 강화와 함께 1주택자도 양도세 부담이 높아지도록 세제 개편을 단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다주택자는 집값이 비쌀수록 세금 투하가 강해진다. 다주택자는 양도세 가산 세율(10~20%)·지방 소득세(양도세액의 10%)· 종부세· 재산세 등을 감안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3주택자가 나중 집을 매각해 생기는 양도 차익이 과표 기준으로 6억 원이면 양도세만 4억 원가량 된다. 여기다가 보유기간 동안의 종부세· 재산세 등 보유세를 포함하면 투자 수익은 확 떨어진다.

서울 강남권에 시가 15억 원짜리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사람은 약 2000만 원의 보유세를 물어야 한다. 지금의 공정시장가액 비율 80%을 적용했을 때 그렇고 정부가 이를 2022년까지 100%로 올린다고 하니 보유세는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다. 5년 보유 주택의 양도 차익이 7억 원이라면 세금을 뺀 후 정작 손에 남는 금액은 고작 1억~2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돼 있다. 집값은 오른 게 없는데 세금만 잔뜩 물게 되는 구조라서 그렇다.

이런 상황인데도 집을 사려고 할까. 아마 투자용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게다. 임대주택도 그동안 부여했던 혜택이 없어져 별 재미가 없다. 임대주택 구매 수요도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1주택자의 이점 또한 줄어든다. 9억 원이 넘는 아파트 한 채 구입해 세를 주다가 팔 경우 양도세가 왕창 나온다. 앞으로 1주택자도 2년 이상 거주하지 않으면 양도세에 대한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10년 이상 갖고 있어도 최고 30%밖에 공제를 받지 못해 양도 차익의 70%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소리다. 양도 차익의 과표가 2억 원인 경우 6000만 원은 공제받고 나머지 1억 4000만 원은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보유세도 만만치 않다. 1주택자라도 집값이 18억 원 정도 될 경우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가 500만 원가량 된다. 내년 기준으로 그렇다는 소리다. 공정시장 가액비율이 100%가 되면 보유세는 훨씬 많아진다. 이런 판에 공시가격까지 올리면 1주택자도 세금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제 주택으로 돈 벌기 어렵게 됐다는 소리다.

이렇게 되면 구매 수요는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주택시장은 실수요자가 주도하는 형태로 바뀐다.

하지만 실수요자로는 주택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투자수요를 비롯한 가수요가 시장을 선도했으나 이들 수요가 살아지면서 상승세도 꺾일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2~3년 전에 분양된 아파트가 입주를 맞게 되면 공급 과잉에 따른 파장도 적지 않을 듯싶다.

물론 반대 시각도 없지 않다.

초강도로 불리는 8.2대책이 나왔는데도 주택 가격은 폭등하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당시는 임대주택 사업을 장려하는 정책이 포함돼 구매 수요를 증폭시켰다. 임대주택은 대출이 집값의 80%까지 가능했다. 일반 주택 40~50%보다 훨씬 많은 대출에다 세금 혜택까지 줬으니 수많은 사람이 임대주택용 집을 샀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구매 수요 때문에 집값은 뛰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앞으로 임대주택으로 등록해도 종부세·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물론 대출 혜택도 없어진다.

게다가 1주택자에 대한 혜택도 확 줄어 집을 사지 않아도 크게 손해 볼 게 없다. 수요 감소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낮아서 그렇다. 결국은 서울의 전반적인 주택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은 가격 하락도 예상된다.

반면에 청약 조정 대상 지역이 아닌 수도권의 6억 원 미만 주택은 그런대로 메리트가 살아있다. 투자용 1주택은 물론 임대주택 사업용으로도 나쁘지 않다. 이들 주택은 종부세와 양도세 부과 대상이 아니어서 가격 상승에 따른 이득이 크다.

앞으로 주택시장에서는 세금이 관건이다. 세금에 따라 수익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투자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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