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련 “공정거래법 개정, 기업혁신 촉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입력 2018-10-0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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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21세기 경쟁법의 현대화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기존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강화하는데 그쳤다는 중견기업계의 지적이 나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중견기업계 의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기업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경쟁법제를 대폭 개정해야 한다”라고 8일 밝혔다.

특히 지주회사 규제 강화와 관련해 중견련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해 온 정부의 기존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측면이 많다”라며 “지주회사 설립ㆍ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오히려 중소ㆍ중견기업의 자산 요건을 50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9월 지주회사 자산총액 기준이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대폭 상향된 상황에서 개정안대로 일반지주 및 자회사의 자ㆍ손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까지 높아지면 자산 5000억 원 미만의 중소ㆍ중소기업 지주회사 설립ㆍ전환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정안은 지주회사 규제 강화 대상을 신규 지주회사로 한정해 기존 지주회사와의 역차별 소지도 남겼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17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지주회사의 67.0%가 경제력 집중과 무관한 자산총액 5000억 원 미만의 중소형 지주회사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손쉽게 죄악시되는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중견련은 밝혔다.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등 목적이 아닌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정안은 목적, 거래금액 및 회사 수 등과 무관하게 지배주주 지분율이 일정요건에 해당할 경우 사익편취를 위한 부당 내부거래로 상정했다.

이에 중견련 관계자는 “거래의도 등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모든 내부거래를 부당한 것으로 매도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소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중견기업계는 경성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도 기업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견련은 “2013년 의무고발요청제가 도입되면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형벌 적용은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 의한 경쟁제한성 판단이 요구되는 분야가 대다수로, 오히려 검찰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높여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속고발제 폐지는 개정안 여타 조항들과 관련한 악의적이고 무분별한 고소, 고발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중견련은 강조했다. 사업자 간 가격, 생산량 등 정보 교환을 부당한 공동행위로 간주한 제39조의 예를 들면, ‘정보’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가격, 생산량 이외의 정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이해관계자들의 소송이 폭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견련은 일부 불공정거래행위 및 사업자단체금지행위 등에 대해 벌칙 규정을 삭제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으나, 행정ㆍ형사ㆍ민사 제재의 정합성과 체계성을 확보하려면 보다 전향적으로 형벌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견련은 “개정안에서 과징금 부과 수준을 일괄적으로 두 배 상향 조정한 것은 과도한 이중제재”라면서, “사인의금지청구제, 손해배상 소송 시 자료제출 명령제 등 사적 구제수단 도입을 검토 중인 만큼 일부 유형을 제외한 나머지 위반행위에 대한 형벌규정은 과감히 삭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태 중견련 전무는 “공정한 경제 생태계 조성을 통한 경제 주체들의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 활동 지원이 아닌 일부 사례를 막기 위해 전체 산업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됐다”라며 “공정한 경쟁 촉진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치중립적인 시각에서 정책 방향을 근원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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