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5거래일연속 상승하며 2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도 나흘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유로화와 터키 리라화 불안감이 확산한데다 중국 위안화까지 약세로 돌아선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6거래일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역시 6거래일째 매도에 나선 것도 영향을 줬다.
오후장엔 뜬금없는 루머도 원·달러 상승에 힘을 보탰다. 내용인즉슨 ‘받은글 블룸버그 아시아지국 주재원’이라는 제목으로 터키가 한국시각으로 금일 저녁 디폴트 선언을 발표하고 터키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검토중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다만 원·달러는 연고점에 대한 경계감이 컸다. 또 상단에선 네고(달러매도) 물량이 대기하면서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1135원을 박스권 상단으로 봤다. 터키발 루머가 사실이라면 원·달러는 연고점(7월20일 장중 1138.9원)을 경신할 수 있겠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새로운 이벤트가 없는한 원·달러는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1133.0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오전장 1129.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중 고점은 1133.3원이었다. 이 또한 8월16일 1136.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변동폭은 4.3원에 그쳤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3.07원 오른 995.21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998.89원 이후 최고치다.
역외환율은 7거래일연속 상승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31.3/1131.8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2.05원 올랐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코스피가 약세장으로 진입한 것 같다. 외국인 주식매도도 이어졌다. 원·달러는 1130원대 중후반대에서는 네고가 많았다. 장중 거래폭 자체는 크지 않았다”며 “미 국채금리가 오르고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지만 원·달러 상단은 막힌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유로화와 터키 리라화 불안요인들이 불거지고 있다. 다만 원·달러로 전이돼 위기가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시 안정을 찾을 듯 싶다. 1135원을 박스권 고점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오전장중엔 상단과 연고점에 대한 부담감으로 네고물량이 많았다. 장중 하락반전하기도 했다. 오후들어서는 터키 리리화와 중국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원·달러도 상승 추세를 보였다. 다만 아직까지는 추가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커 고점을 올리지는 못했다”며 “오후에 블룸버그 아시아지국 주재원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시각으로 오늘 저녁 터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돌았던 것도 원·달러 상승을 부추긴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루머가 사실로 확인되면 원·달러는 한번 더 연고점을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루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7월 연고점 이후 번번이 상단 돌파에 실패한 바 있어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오후 4시 현재 달러·엔은 0.07엔(0.06%) 오른 113.79엔을, 유로·달러는 0.0032달러(0.28%) 떨어진 1.1501달러를 기록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13.69포인트(0.60%) 하락한 2253.83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8월20일(2247.88) 이후 최저치다.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에서 1782억4300만원어치를 매도하며 6거래일째 매도세를 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