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發 새 유럽 재정위기 오나…투자자 불안 고조

입력 2018-10-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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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정권, 예산안 놓고 EU와 대립…밀라노증시 2.4% 급락·국채 금리 유럽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아

▲이탈리아 밀라노증시 FTSE MIB지수 추이. 8일(현지시간) 종가 1만9851.47.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이탈리아 밀라노증시 FTSE MIB지수 추이. 8일(현지시간) 종가 1만9851.47.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이탈리아의 불안한 시장 상황에 새로운 유럽 재정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이탈리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증시는 8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 떨어졌으며 독일과 영국, 프랑스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증시 FTSE MIB지수는 2.4% 급락한 1만9851.47로 마감해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유동성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불안에 금융주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3.6%대까지 치솟으면서 4년 반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보다 국채 금리가 높은 곳은 그리스밖에 없다.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4.64%, 포르투갈은 1.95%, 스페인은 1.59%를 각각 나타냈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자산을 올해 겨우 구제금융을 졸업한 그리스처럼 위험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이 방만하게 예산안을 짜면서 유럽연합(EU)과 대립하는 것이 시장의 불안을 촉발하고 있다고 미국 CNBC방송은 풀이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공개한 내년 예산안에서 재정수지 적자 목표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설정했다. 이는 전임정부가 잡은 목표치 0.8%의 세 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빚더미 위에 앉아 있다. 이탈리아 총부채는 현재 2조3000억 유로(약 3002조 원)에 이른다.

베렌베르그의 카르스텐 헤세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이탈리아의 단기 금융 혼란을 걱정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탈리아가 2021년이나 2022년 경기침체가 올 때 직면할 심각한 부채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목표는 여전히 EU 기준인 3%를 밑돌고 있다. 그러나 새 예산안은 공공부채를 감축해야 한다는 EU의 요청을 거부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CNBC는 지적했다.

EU집행위원회(EC)는 지난 5일 이탈리아 정부에 공식 서신을 보내 “새 예산안은 이탈리아가 지난 7월 EU와 합의했던 재정적 규율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6일 한 오스트리아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EC는 이탈리아의 예산 계획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며 편견 없이 예산을 평가할 것”이라며 “그러나 필요하다면 변화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날 “융커 위원장과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의 적”이라며 거친 언사로 EU 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탈리아 정부는 오는 15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해 EC에 제출해야 한다. EC는 내달 말까지 예산안에 대해 추천 의견을 발행할 예정이며 이탈리아 정부는 예산안에 이를 반영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후 이탈리아 의회가 올해 말 최종 예산안을 승인하게 된다.

이탈리아와 EU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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