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희의 통상브리핑] 미국의 對이란 2차 제재

입력 2018-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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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특임교수 / 前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다음 달 4일부터 미국의 대(對)이란 2차 제재가 시작된다. 이란 핵 합의 협정(JCPOA)에서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는 8월 7일부터 금, 귀금속, 알루미늄, 자동차, 철강, 석탄 등을 제재해 왔고, 여기에 원유, 에너지, 항만·조선, 금융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를 어기고 이란과 거래할 경우 해당 국가나 기업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이란산 원유 제재는 6년 만의 일이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도 이란이 농축 우라늄 생산을 공식화하자 원유·가스 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또한 국방수권법 수정법(Kirk-Menendez)을 통과시켜 이란과 고의로 상당한 거래를 하는 외국과 기업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다만, 특정 국가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현저히 감소시킨 경우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란산 원유 수입국가들은 미국과 협상을 해야 했다.

몇 개월 뒤인 2012년 3월 예외국 리스트가 발표되었는데 독일, 일본 등 11개국만 포함되고, 우리나라는 빠졌다. 추가 협상을 위해 구성된 한국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당시 통상국장을 맡고 있던 필자는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 국무부 차관보와 마주 앉았다. 미국 측은 일본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40% 감축했으니 한국이 이에 상응한 노력을 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한국산 LCD TV, 전자제품 수출 등으로 한·이란 교역이 증가하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눈치였다. 1990년대 이후 한국과 이란은 이란 중앙은행이 우리은행 등에 개설한 원화결제 계좌 덕분에 물물거래 형태로 교역해왔다. 예컨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 결제대금을 우리은행에 원화로 입금한 뒤, 이란에 전자제품을 수출하면 이 계좌에서 원화로 받아가는 식이다.

협상 과정에서 동맹국인 한국이 이란과 교역을 계속 늘려갈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자, 우리 대표단은 기회는 이때다 싶어 맞받아쳤다. 미국은 달러 자금이 핵 개발에 사용될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 원화결제 계좌에서 단 1달러라도 유출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오히려 한국이 수출한 LCD TV 덕분에 테헤란 시민들이 CNN, 투나잇쇼를 보게 되고 이란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중질유 가공에 최적화된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유종 변경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라크 등 타 국가의 다른 장기 물량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도 소상히 설명했다.

우리 대표단의 강경한 입장을 감안하여 미국 측도 한국의 역할을 일부 인정해 주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적게 원유를 감축하는 선에서 합의하였고, 2012년 6월 말 발표된 2차 예외국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6년 뒤 다시 추진되는 제재조치는 이전과는 달리 관련국 합의 불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란 핵 합의 협정 지지를 요청하고 있고, EU는 유럽 기업 철수에 따른 손실 보상으로 1800만 유로(약 234억 원)를 지원키로 했다. 오히려 다른 서명국들은 우리나라가 20년 전 개설했던 방식으로 유로화 결제계좌를 만들어 미국을 우회해서 이란과 교역하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무튼 이번 제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일절 예외를 인정하지 않을 기세여서 예외 적용은 어려울 것 같다. 눈치 빠른 일본 기업들은 몇 달째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하지 않고 있다. 설사 미국으로부터 예외를 인정받더라도 해외 재보험사들이 용선 관련 보험 인수를 거절하고 있어 선박 구하기는 더 어렵다. 따라서 우리 석유화학 업계의 추가적 원가 상승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 배정 중단으로 정부에 접수된 미수금 신고 사례가 430건에 이르고, 상당수 수출 중소기업들이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란 제재에 동참하더라도 대이란 교역은 계속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원화 결제계좌만큼은 계속 유지되도록 강하게 주장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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