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1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하 전 대표에 대한 20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하 전 대표는 지난달 21일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검찰은 “관련자 진술, 기재 내역 등을 종합하면 하성용은 상품권이 부풀려서 구매된 것을 인지했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현금을 조성하고, 경조사비 등으로 활용한 사실도 알았다”고 횡령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최종 의견을 진술했다.
앞서 검찰은 하 전 대표에게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다시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회사자금으로 내기 골프를 한 혐의, 2015년 법인카드로 구매한 명품 가방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도 함께 기소했다.
그러나 하 전 대표 측은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하 전 대표 측 변호인은 “한 때 비정상적인 회계 방식으로 현금을 조성했지만, 하 전 대표 부임 이후 제도를 개선했다”며 “상품권은 외부에서 오신 손님 등에게 정당하게 지급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표이사로서 참석한 골프모임에만 회삿돈을 사용했다”며 “한 홀당 1~2만 원정도 내기를 하는 것은 일종의 문화”라고 해명했다.
샤넬 가방을 횡령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는 “KAI의 대표가 200여만 원짜리 샤넬 가방을 사용하기 위해 법인카드로 구매했다는 것은 너무 치사하지 않냐”며 “선물을 건넬 시점을 못 찾고 있다가 잊어버린 것에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해당 혐의에 대한 심리를 마무리하고 추후 공판에서 분식회계 관련 혐의를 본격적으로 심리할 예정이다.
하 전 대표는 KAI가 2013년부터 작년 1분기까지 협력업체에 선급금을 과다 지급하고 자재 출고 시점을 조작하는 방식 등으로 매출 5000여억 원, 당기순이익 465억 원을 부풀리는 회계분식을 하도록 주도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났다. 협력업체 대표 A 씨를 내세워 위장 회사 타아스를 세우고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한 뒤 KAI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 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