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40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건설 전ㆍ현직 임원들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3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로 결론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부장판사)는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하석주(60) 롯데건설 대표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4억 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법정구속된 이창배(70) 전 롯데건설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6억 원을 선고받았다. 롯데건설 법인에는 벌금 27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 롯데건설 전ㆍ현직 대표의 법인세 포탈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가 하 대표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며 내린 무죄 선고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하 대표 25억 원, 이 전 대표 15억 원이라는 돈을 포탈해 국가를 어지럽히고 조세 정의를 훼손했다"며 "부외자금 신고 업무를 담당했던 하 대표는 법인세를 포탈하기로 이 전 대표 등과 모의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등 지능적으로 범행에 관여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비자금을 조성해 회삿돈 302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은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외자금은 필요할 때마다 의도적으로 조성한 게 아니라 하도급 업체로부터 경비를 일부 되돌려받는 방식에 따라 관행적으로 조성했다"며 "회사에 필요한 곳에 정상적으로 사용될 여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 등 롯데건설 전ㆍ현직 임원들은 200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하도급 업체들과 공사대금을 부풀려 계약을 체결하고, 총 300억 원을 돌려받아 불법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이 전 대표는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기간을 고려해 전체 비자금 중 240억여 원에 대해서만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또 2008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6차례에 걸쳐 25억여 원 상당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