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회사를 위장 폐업한 조선업 하청사 대표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국가 체당금을 악용해 임금과 퇴직금을 해결한 이 사업주에게는 회삿돈 23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까지 추가됐다.
울산지법 형사12부(이동식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58)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2006년부터 울산 한 조선소에서 선박 도장 하청업체를 운영해온 A씨는 원청업체에서 받은 중간정산금 일부를 가로채 수백만 원을 자신의 개인 계좌로 송금하는 등 총 73회에 걸쳐 약 23억7000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조선업 경기 침체와 방만 경영으로 회사 사정이 나빠지자 위장 폐업을 통해 근로자 임금과 퇴직금 등에 대한 지급채무를 회피했다. A씨는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회사를 폐업했다"고 허위 보고한 뒤, 근로자 39명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체당금 3억 원가량을 받도록했다. 체당금은 도산업체 근로자가 사업주로부터 임금과 퇴직금 등을 받지 못할 때, 국가가 대신해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법원은 A씨가 체당금을 지급채무 면제에 악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2016년 5월 회사를 위장폐업하면서 지인 명의의 또 다른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로 설립한 업체는 기존 폐업 회사에서 일했던 근로자의 대부분을 다시 고용하기도 했다.
A씨는 재판에서 "회사를 위장 폐업한 적이 없고, 체당금 지급 신청 과정에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적이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외형상 회사를 폐업 처리했을 뿐, 실제로는 개인사업체 형태로 계속 사업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사 폐업과 설립 등 일련의 과정은 근로자들 체불임금을 해결하기 위한 불법적인 수단에 불과했다"고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