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건설된 고속도로 13개 구간 중 12개 구간의 실제 교통량이 도로공사의 예측통행량의 61%에 불과했다. 이들 도로를 만드는 데 들어간 사업비는 총 17조2005억 원이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13개 구간 가운데 울산포항선의 울산~포항 구간을 제외한 모든 구간에서 도로공사의 교통량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도로공사는 동해선 주문진~속초 구간의 교통량이 일평균 4만10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1만2000대 수준으로 예측치의 29%에 그쳤다. 일평균 2만3000대를 예상했던 삼척~동해 구간의 교통량도 예측량의 38%인 8868대 수준이었다. 평택제천선의 충주~제천 구간도 49%, 남해선의 영암~순천 구간도 33%에 불과했다.
문제는 도로공사의 수요예측 실패가 단순히 계산을 잘못한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통량 예측 오류는 고스란히 노선투자의 사업비 회수율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해 기준 도로공사의 완성 노선 평균 회수율은 31.8%에 불과했다. 특히 △광주-대구선(-8.1%) △순천-완주선(-2.1%) △서울-양양선(-0.2%) △동해선(-3.7%) △서천-공주선(-0.8%) △고창-담양선(-4.6%) 등 적자노선은 통행료 수익으로 유지·관리 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적자노선이 늘어나면 도로공사의 재무건전성에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특성상 대규모 자금을 금융부채로 조달한 뒤 ‘단기간 투입, 장기간 회수’로 이뤄지는데, 실제 교통량이 현저하게 적게 나오면 영업손실과 투자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27조4828억원의 부채 갖고 있다. 하루 평균 25억 원의 이자를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노선의 적자운영은 결국 통행료 인상 요인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윤 의원은 “앞으로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새로 추진할 때는 철저한 수요예측을 통한 사업추진결정이 필요하다“면서 ”교통수요를 다시 검증하고 국가 교통데이터베이스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등 수요예측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