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이는 중소형 제약사들이 대형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5일 오전 서울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선도 기업들의 최고책임자가 모이는 ‘AI 파마 코리아 콘퍼런스 2018’을 개최했다.
이날 콘퍼런스 개막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 뉴메디의 바이오의학 정보학 사업책임자 마이클 제뉴지크 박사는 “신약을 개발할 때 평균적으로 10년의 시간과 50억 달러(약 5조6655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장성 있는 치료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인공지능을 통한 방대한 생물학·임상 데이터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을 굉장히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공지능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전문업체 뉴머레이트의 귀도 란자 최고책임자는 “임상 1상을 진행하는 데에만 수년이 소요되지만 여전히 90% 이상의 임상이 실패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90%의 실패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패할 시도를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시도를 통해 (최종)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인공지능 전문 기업과 기술 제휴를 통해 신약 개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노플렉스의 최고경영자 건잔바르 박사는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인공지능이 의료보건 및 생명공학 분야에 미칠 영향이 1조 달러(1132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됐다”며 “인공지능은 신약 개발 과정의 진정한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앤드류 라딘 투엑스알 최고책임자는 “인공지능은 신약 개발의 각 단계에서 속도를 개선하고 품질 예측을 정확하게 할 수 있으며 비용도 절감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효율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기업은 더욱 발전하겠지만 변화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콘퍼런스 연사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한다고 주문했다.
송상옥 스탠다임 최고혁신책임자는 “국내 제약사는 데이터나 기술적인 준비보다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연구를 대하는 새로운 자세가 필요하다”며 “인공지능 기술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 창의적인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가치를 어느 정도로 매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테카바이오의 양현진 박사도 “인공지능을 통한 신약 개발을 고려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사고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며 “인공지능 회사가 단순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란 점을 이해하고 데이터의 생산과 검증 등의 과정에서 제약사가 함께 협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는 인공지능의 핵심인 데이터 확보를 위해 정부와 제약업계, 학계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논의됐다.
건잔바르 박사는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입법 제도를 통해서 데이터풀 구축을 지원해야 하며, 업계는 그간 축적한 데이터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면서 “학계는 실패한 실험을 공유해서 실패에 대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현진 박사는 “한국의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공지능 관련 정부 지원금 연구과제가 꾸준히 나오는 것은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라며 “일부분이라도 데이터가 공유되고 있어 제도 개혁이 이뤄졌을 때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국내외 선도적인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사 IBM 왓슨, 뉴머레이트, 뉴메디, DeNA, 이노플렉스, 투엑스알, 스탠대임, 신테카바이오, 3BIGS 등 9곳의 보유기술과 신약 개발의 인공지능 활용 사례 등 제약산업계의 새로운 흐름을 소개한다. 아울러 국내 제약사와 국내외 인공지능 개발사들의 1대 1 비즈니스 파트너링도 함께 진행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번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제약 현장의 인공지능 활용 수요를 파악하고 신약 개발 적용 사례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