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업계, ‘CASE’에 갑을 관계 바뀌어

입력 2018-10-15 12:59 수정 2018-10-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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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전자부품 품귀 현상…거래처 가격 인하 요구 거절 사례 늘어나

자동차 산업에서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용 전자부품 업체는 갑을 관계가 형성돼왔다. 일반적으로 가격 변동이 심한 DRAM 등 범용 메모리를 제외하면 전자부품 가격은 10년에 걸쳐 완만하게 하락하는 것이 당연시 됐다.

그러나 ‘CASE(커넥티드 카·자율주행·공유·전동화)’라는 4개의 대문자로 대표되는 차세대 자동차 개발이 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런 갑을 관계가 변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진단했다.

첨단 전자부품 수요 폭발로 품귀 현상을 빚는 제품이 속출하면서 거래처의 가격 인하 요구를 거절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자부품 제조업체에는 수익 확대의 기회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비용 증가 부담을 안게 됐다.

한 일본 전력반도체 제조업체 임원은 “가격 인하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도록 영업 담당자에게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반도체 업체 담당자도 “가격 협상에서 고개를 숙이는 일이 줄었다”고 털어놓았다.

전자부품은 빠른 기술 혁신에 높은 가격의 신상품이 나와도 양산이 진행되면 재해에 따른 공급 장애 등을 제외하면 매년 일정한 속도로 가격이 하락했다. 그러나 CASE 관련 기술에는 방대한 양의 전자부품이 필요해 구매자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됐다.

커넥티드 카와 자율주행 등에서는 운전 경로나 다른 차량과의 거리, 날씨 등 방대한 운전 데이터를 수집, 인공지능(AI)으로 안전하고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산출한다. 이런 일이 가능해지려면 각양각색의 전자부품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이미 도입이 진행되는 자동 브레이크는 보행자와 장애물 또는 다른 자동차와의 거리를 더욱 선명하게 감지하는 고성능의 자동차 카메라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CMOS(상보성 금속 산화막 반도체) 이미지 센서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전력 제어 등을 담당하는 전력반도체 수요도 커지고 있다. 위치 정보 등의 데이터를 외부와 교환하는 커넥티드 카는 처리하는 데이터 규모가 매우 커서 사용 전력이 증가한다. 전기자동차 판매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 수는 5년 전 일반 휘발유 차량의 4~5배에 달한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도 자동 브레이크가 표준이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전력반도체가 필요하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마르키트는 전력반도체 등 ‘개별반도체(Discrete)’의 글로벌 출하 금액이 올해 247억5000만 달러(약 28조 원)로, 전년보다 8% 증가하고 2022년에는 281억7000만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력반도체와 더불어 자동차의 전자기판들을 연결하는 커넥터도 지난해 이후 가격 하락에 제동이 걸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심지어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부품업체도 나왔다. 무라타제작소는 차세대 이동통신인 ‘5G’ 관련 수요 확대에 올여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를 생산하는 니치콘은 10% 정도의 가격 인상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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