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골든 인도’를 가다⑥]우리은행, 내년 초 현지법인 설립…4년 후 지점 20곳 목표

입력 2018-10-16 06:00 수정 2018-10-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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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지점 내 IB데스크 설치… 장기적으로 PF 영역 확대 계획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에 위치한 첸나이는 수도인 델리만큼 발전되거나 세련되지는 않았다. 지난달 10일 방문한 첸나이는 아직 포장되지 않은 흙길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차들은 쭉 뻗은 대로보다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를 지나다녔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대부분 형형색색의 전통 의상이었다.

그만큼 첸나이는 다른 도시보다 강한 지역색을 띠고 있다. 중앙 정부가 힌디어를 남부의 표준어로 지정하려고 하자 강력히 반대해 타밀나두 주에서는 타밀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만큼 주정부의 목소리가 강하다. 5차례나 타밀나두 주총리를 역임한 원로 정치인 무투벨 카루나니는 중앙 정부에 대항하며 지지기반을 다졌다.

우리은행은 2012년 국내은행 중 최초로 이곳 첸나이에 지점을 신설했다. 앞서 1998년 첸나이 공장을 세운 현대자동차의 영향을 받았다. 첸나이 지점은 현대차그룹 및 800여 개 협력사들을 기반으로 한국 진출기업과의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7년 1월 구르가온 지점, 7월 인도지역본부와 뭄바이 지점 등 인도 거점지역 위주로 영업망을 확대해 현재 3곳인 지점을 2022년까지 20개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2012년 국내은행 최초로 인도 첸나이에 지점을 신설했다. 지점은 현대위아, 롯데제과 등 한국 기업들이 입주한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 첸나이 지점 전경(김보름기자 fullmoon@)
▲우리은행은 2012년 국내은행 최초로 인도 첸나이에 지점을 신설했다. 지점은 현대위아, 롯데제과 등 한국 기업들이 입주한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 첸나이 지점 전경(김보름기자 fullmoon@)

◇현지화 전략?… ‘현지법인’ 설립이 답 = 우리은행은 인도에 진출한 국내 6개 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현지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13억 인구를 가진 인도 금융시장의 높은 성장세를 보고 현지 영업에 적극 뛰어들기 위해서다. 뭄바이에 위치한 인도지역 본부는 △영업전략 수립 △통합 마케팅 추진 △리스크 관리 등 인도지역을 총괄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현지법인 설립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인도우리은행(법인)이 설립되면 법인세가 40%에서 30%로 줄어들고 자본금과 여신한도도 크게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선지원 분야 대출(PSL), 정책금융 강화 등 규제가 더 세진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자신있게 법인 전환에 도전한다. 이상욱 첸나이 지점장은 “지금은 지점을 낼 때와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인도 중앙은행에 개별 승인을 받아야 해 시간이 많이 들고 힘들다”며 “법인이 설립되면 이런 제한이 크게 줄어들어 현지 시장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내년 초 법인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허가에 깐깐한 인도 정부의 태도를 고려할 때 지난해 1월 법인 설립 신청서를 제출한 지 2년 만에 승인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인도 중앙은행이 서류 검토를 마쳤다. 인도 재무부의 예비인가만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 본인가를 받아 법인 전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통(通) 손태승 행장도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인도지역본부와 구르가온 지점을 방문해 법인전환에 힘을 보탰다. 손 행장은 글로벌부문장 시절부터 인도 현지 금융회사 인수를 타진하며 공격적으로 인도 내 소매영업 확대를 꾀했다. 하반기 집중하는 법인 창설이 완료되는 대로 델리·하이데라바드·부바네스와르 등에 앞으로 4년 동안 매년 4~5개씩 영업지점을 신설해 2022년까지 20개 지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IB·디지털’ 무기로 인도시장 공략 = 우리은행은 이달 15일 뭄바이 지점 내 IB(투자금융) 데스크를 설치했다. 기업금융에 편중된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투자금융 등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뭄바이 IB데스크는 이달 신설한 싱가포르 아시아심사센터와 연계해 운영된다. 우리은행은 국내 인수금융 주선 역량을 활용해 인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신규 딜(Deal)을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갈 예정이다. SOC(사회간접자본)투자도 한창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영역으로 확대해 나간다.

우리은행 IB그룹 관계자는 “M&A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 글로벌 PE(프라이빗에쿼티) 네트워크를 활용해 단순 참여를 넘어 의미있는 주선 기회를 확보하려고 한다”며 “6개월 내 최대 2건 주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제조업 육성,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모디노믹스(모디 총리의 경제정책)’를 펴면서 지난해부터 금융시장으로의 투자자금 유입이 증가했다. 인도 정부는 5년간 1조 달러를 인프라 부문에 투자하기로 했다. 인도 M&A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인도로 유입된 외국인 M&A 자금은 406억 달러(약 45조9998억 원)로 같은 기간 중국(416억 달러)과 비등하다. 올해 인도의 외국인 M&A 유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4% 급증한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현지법인 설립과 함께 모바일 플랫폼 ‘위비뱅크’를 인도 현지에 맞게 특화한 ‘인도 모비뱅크(Mobeebank)’를 출시할 예정이다. IT강국인 인도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은 필수다. 모비뱅크에는 지문인식 등 생체인증을 활용한 계좌개설, QR코드 결제, 휴대폰번호 기반의 간편송금 등의 기능이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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