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달이 채 안 남은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두고 기업 규모별로 개선안을 둘러싼 샅바 싸움이 한창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시각차뿐만 아니라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간 대립도 뚜렷한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특별법이 규제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적합업종 신청 단체 기준이 현행대로 소상공인 회원사 비율 30%일 경우 대기업이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회원사 비율을 90%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소상공인 회원사 비율을 20%로 낮춰 특별법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오히려 90%로 회원사 비율을 높여 진정한 소상공인 업종 보호 효과를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한경연과 소상공인연합회가 각각 다른 이유에서 소상공인 회원사 비율을 90%로 높이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이날 “입법 취지에 어긋난 무분별한 규제 강화로 특정 분야에서 업종 전문화 기업의 성장마저 가로막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견련은 전날 한경연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제출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중견 기업계 의견’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중견련은 “특히 업종 전문화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 제도 등 공공 및 민수시장 판로 규제로 이미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비합리적인 삼중 규제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한경연도 비슷한 부작용을 지적했다. 한경연은 중기부에 제출한 건의서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이 가능한 단체의 소상공인 구성비율을 현 30% 이상에서 9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기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의결 요건을 현재 ‘재적 과반수 출석과 출석 과반수 찬성’에서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한경연과 본질적인 입장 차이는 있으나 업종 지정 신청이 가능한 단체의 소상공인 구성 비율을 9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하고 있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영세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법인데 소상공인 구성 비율을 30%로 하면 상위 중소기업이 진출할 시장의 폭을 넓히는 것이어서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활개를 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이 가능한 단체의 소상공인 구성비율을 30%가 아닌 이보다 낮은 20%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별법의 취지를 고려해 신청조차 하지 못해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소상공인 업종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청 단체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도에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소상공인 구성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주장에 대해 “소상공인을 대변한다면서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 의아하다”며 “소상공인연합회가 이 기회에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호현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관은 “소상공인 구성 비율을 정하는 데 여러 시뮬레이션을 했다”며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하면 신청할 만한 단체들이 거의 없고, 너무 낮추면 소상공인 단체라고 보기 어려운 단체들이 신청할 수 있어 여러 의견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결 요건의 경우도 기본 원칙은 과반수 재적, 과반수 찬성”이라며 “심의위원회에 다양한 목소리를 낼 분들이 참석하는데 굳이 3분의 2 요건으로 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나 여러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특별법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소상공인 8명, 소·중·대기업을 대변하는 단체에서 각 2명씩, 동반성장위원회 2명, 정부 5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