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국GM R&D법인 분리 주총’ 놓치면…사업철수 ‘퇴로' 열어주는 꼴

입력 2018-10-17 06:00 수정 2018-10-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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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인용땐 정상화 시간 벌어…기각땐 법인 세우고 철수 가능성

한국GM이 연구개발(R&D) 부문을 떼어내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내놓자, ‘한국 철수설’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노조가 한국GM의 ‘먹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에 1차적인 상황은 정리될 전망이다. 앞서 산은은 19일 예정된 한국GM의 주주총회를 열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산은으로선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당장 시간을 벌 수 있다. 반면 주총이 예정대로 열려 R&D법인이 설립되면 산은과 한국GM의 치열한 법정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 산업은행에 시간 줄까? =한국GM은 주총에서 R&D법인 신설안을 의결해 12월 3일자로 새로운 R&D 법인을 출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산은은 법원에서 한국GM이 주총을 강행, 소수 주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GM 76.96%이어 17% 지분을 가진 한국GM의 2대 주주다.

법원이 산은 주장을 받아들이면 한국GM은 예정된 주총을 열지 못한다. 산은으로선 “한국 R&D 센터의 위상 강화”라는 한국GM이 내세운 법인 분리의 표면적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셈이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까지) R&D법인이 왜 필요한지 정확한 설명을 못 들었다”며 “회계법인에 법인 신설에 따른 영향평가 등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한국GM으로선 가처분 신청에 항고하고, 본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법적 공방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주총 열리면 산은으로선 “카드 없다?”=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주총이 그대로 열린다. 이 경우 산은은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산은의 비토권을 주총에서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관에 따라 다르지만 상법상 주총은 출석한 주주 과반수 동의로 의결한다. 한국GM 지분을 17% 소유한 산은으로서는 다수인 한국GM을 이길 수 없다. 한국GM 정관상 주총 특별 결의사항(비토권 행사 기준)에 해당하면 이 기준을 85%로 끌어 올릴 수 있다. 주주총회 허들을 높여 산은이 반대하면 사실상 통과가 어렵게 된다.

하지만 한국GM 쪽은 ‘이번 법인 분리는 비토권 행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총에 안건이 올라오면 한국GM은 법인 신설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본안 소송으로 다투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본안 소송 결과는 확정되기 전까지 길게 수년이 걸린다. 법인을 세우고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철수로 이어지면 본안 소송 결과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산은으로선 넋 놓고 지켜보는 상황이 된다.

◇산은의 무대응 ‘지적’= 결과적으로 비토권에 의지해 한국GM을 지원했던 산은에 대한 비판이 또 다시 나오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비토권 실효성은) 예전부터 이야기한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만 해놓고 (산은이) 할 일을 다 한 것은 아니다.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가처분 결정 결과를 보고 이해관계자들이 대응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고용’을 무기 삼았던 한국GM을 상대로 우리 정부가 내세울 수 있었던 카드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는 “이미 GM은 인도, 러시아, 호주 등 다른 국가에서도 모든 사업을 다 접었다”며 “사실상 우리가 매달려서 잡은 거와 마찬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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