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반(反)여권 연대? 일단 자강(自强)부터

입력 2018-1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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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자유한국당이 최근 ‘반여권 연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명분은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는다는 것이다. 물론 야당으로서는 당연히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야권 전체가 워낙 지지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뭔가 이슈를 만들고 몸집을 불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좀 씁쓸한 마음이 생긴다. 반여권 연대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인가부터 따져 봐야 한다. 일단 반여권 연대라고 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연대하는 것을 상정할 수 있다.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유사한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반여권 연대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연대를 생각할 수 있지만 당장 이것이 성사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연대 혹은 합당을 통한 정계 개편은 일반적으로 총선 직전에 이루어지는데, 지금은 총선까지 시간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

정계 개편이 총선 직전에 이루어지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그때 가서야 절박함을 느껴서다. 당선이 불확실해지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필요성을 느껴야 하는데, 지금처럼 총선이 한참 남아 있으면 이런 절박함을 느끼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 지금은 연대를 말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지금 바른미래당의 경우 자유한국당 성향의 보수적 의원과 진보적 성향을 띠는 의원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자칫 연대 시도가 분열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바른미래당은 더더욱 자유한국당의 연대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반여권 연대라는 것이 새로운 제안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방선거가 치러졌던 2014년의 경우 새정치추진위원회의 김효석 공동 위원장도 반박(朴) 연대 구상을 언급했다. 당시의 반여권 연대 구상은 반여권 세력의 국민 연대 형태였다. 하지만 그때도 이런 시도는 찻잔 속의 태풍 정도에서 그쳤다. 이런 제안이 나왔을 당시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같은 점을 생각하면 지금 시점에서의 이런 제안은 더더욱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설사 연대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런 연대가 지금의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를 볼 때 연대나 합당을 한다고 해서, 두 정당의 지지율이 합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1+1=2’라는 산수가 두 정당이 합당했을 때의 지지율에는 적용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오히려 ‘1+1=0.5’라는 희한한 산수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반여권 연대를 말하기 이전에, 먼저 국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도록 노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자유한국당이 말하는 ‘문재인 정권 독주’의 바탕은 국민적 지지다. 즉, 국민적 지지가 높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독주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으려면 일단 자신들의 지지율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인적 쇄신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인물 중심으로 정치를 파악하는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강해서 인적 쇄신 없이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두 번째, 상대에게 쇼한다고 비판만 하지 말고, 자신들도 국민들의 감성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건조한 정책 비판을 국민들 감성에 호소할 정도로 포장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국민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감성적 접근은 좋고 나쁨을 떠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연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연대는 자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단순한 진리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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