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고전하는 제기동 약령시 '한약 전문 쇼핑몰들'

입력 2008-05-2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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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 시도...늘어나는 공실률 요원한 활성화

대표적인 전통상권인 서울 제기동 약령시를 현대식으로 탈바꿈한다는 추진 아래 대형 건물 한약 전문 쇼핑몰 들이 최근 몇 년간 연이어 들어서고 있으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약령시 주변으로 옛 미도파백화점자리에 한솔건설이 시공한 동의보감, 삼환기업이 시공한 동의보감타워,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한방천하, 롯데기공이 시공한 불로장생 등 4곳이 한약재를 전문 판매하기 위해 세워진 대형 한약 상가들이다.

하지만 이달 현재 이들 상가 4곳 중 2곳만 일부 영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

한솔 동의보감과 롯데 불로장생 만이 영업중이다. 삼환 동의보감타워는 결국 2007년 6월부터 문을 닫았다. 포스코 한방천하는 아직까지 임차인도 구하지 못해 개업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모 상가 안에는 약재상 대신 콜라텍이 들어서 영업하고 있었다. 고객보다 판매원들이 더 많을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곳도 확인되는 등 활성화가 요원한 것으로 목격됐다.

◆ 대형 쇼핑몰 흐름에 변신 시도

서울약령시는 지난 1960년대 말부터 전국의 한약재 상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7만여평 부지에 900여개의 한약 도매업체와 한의원들이 몰려있어 전국에서 유통되는 한약재의 80% 이상이 이곳을 거치며 하루 유동 인구가 30만명 정도에 달할 만큼 탄탄한 상권을 이뤄왔다.

이러한 제기동 약령시에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의 재래형 시장판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최근 몇 년 동안 ‘대형 전문 쇼핑몰’이란 시대적 흐름에 따라 현대식 고층 건물의 한약 전문 상가가 하나둘씩 들어서왔다.

이 상가들은 지난 2003년을 전후해 첨단장비와 시설을 내세워 재래시장을 대체키 위한 비전아래 분양 공급됐고 2004년부터 입점이 시작됐다.

이 상가들의 공통점은 한방클리닉과 한약재 등 ‘한방’을 주제로 약재, 건강보조식품 등을 테마로 했다.

당시 상가분양업체들은 제기동 일대 한방관련 쇼핑몰들은 한방 관련 상점이 집중돼 있는데다 깔끔한 매장으로 재래시장보다 편하게 쇼핑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을 것이라는 장점을 강조해왔다.

상당수의 투자자들의 관심을 보인 가운데 분양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 기존 전통상권에 과잉공급이 문제

하지만 서울 제기동 약령시와 경동시장 일대에 이들 상가들이 분양 당시 ‘한방약령집적타운’으로 변모라는 부푼 기대와는 달리 현재 암울한 상황을 맞고 있다.

당시 이들 상가들이 약령시에 있는 상당수 한약도매상들과 수출입업체, 한약국, 한의원들이 한방쇼핑몰 안에 흡수할 것으로 초기에 기대를 모았다.

각 쇼핑몰에는 한약 관련 점포뿐 아니라 유동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각종 오락과 편의 시설도 함께 계획하는 등 30년 재래시장 이미지를 벗을 것으로도 예상돼 왔다.

그러나 현재 이들 상가중 일부만이 영업을 하고 있고 늘어가는 공실률과 요원한 활성화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상가투자자인 K모씨(43세, 자영업)는 “분양당시 보증금 3000만원, 월세 80만원이던 점포가 현재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25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운영이 어려워진 직접적인 원인은 이들 상가들이 쏟아낸 점포수가 무려 3000개에 달하는 등 공급과잉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계자들은 이미 오랜 세월 전통적인 상권을 형성해 왔던 약재 전문 시장에 대형 쇼핑몰이 한꺼번에 4곳이나 들어서 과잉 경쟁을 심화시켰고 기대했던 만큼 이미 터를 잡아왔던 기존 상인들이 입점도 꺼려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의 상가 전문가는 “비슷한 업종의 점포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바람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업종 간 경쟁만 치열해진 것도 이 상가들이 고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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