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가족관계]사망한 남편 냉동정자로 태어난 아이, 친자관계 성립할까

입력 2018-10-17 18:29 수정 2018-12-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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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조 생식기술의 발전과 국가의 난임 지원 사업의 확대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시술을 통해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공수정, 시험관을 통해 태어난 아이를 둘러싼 법률관계가 문제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데, 그중 하나가 사망한 남편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임신, 출산한 경우 그 아이와 사망한 남편 사이에 친자관계가 인정되는지다.

사망한 남편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태어난 아이를 둘러싼 법률관계는 외국에서 꽤 빈번하게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로 암이나 불치병 선고를 받은 남편이 항암제, 방사선치료 전 정자를 냉동해두었으나 결국 치료에 실패하여 사망하고, 그 이후 남편의 냉동 정자를 이용하여 태어난 아이가 사망한 부와의 친자관계나 상속권을 주장하는 경우다. 이와 관련해서는 각 나라별로 다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상속권이 인정되는 요건을 정하고 있는 주(캘리포니아주, 콜로라도 주 등), 법률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판례로 일정 조건이 인정되는 경우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는 주(펜실베이니아 주 등) 등 그 입장이 다양하다. 대부분 유전적으로 친자관계일 것, 생전에 아버지가 냉동 정자의 사후 사용에 동의했을 것, 아버지의 사후 일정한 기간 내에 임신할 것 등의 요건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망한 사람의 난자 또는 정자로 수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한 당사자나 의사는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 자체가 금지되는 것과 의료진이 남편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사망한 남편의 냉동 정자를 이용한 수정, 임신이 이루어지고 실제로 아이가 태어난 경우 그 아이를 둘러싼 법률관계는 별개의 문제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남편의 사후 냉동 정자를 이용해 아이를 출산한 사례를 두고 법적 다툼이 있었다. 그 사례를 소개하면 원고(아내)와 남편은 2009년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 자녀를 한 명 두고 있었는데 남편이 2013년 사망하자 원고는 불임 시술을 위해 냉동해 두었던 남편의 정자를 해동해 시험관 시술로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이후 아내는 검사를 상대로 둘째 아이가 남편의 친생자임을 인정해달라는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가정법원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동일부계에 따른 혈연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사망한 남편과 둘째 아이 사이의 친자관계를 인정했다.

위 판결은 단순히 유전자검사로 친자관계를 인정했을 뿐이어서 사망한 남편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태어난 아이의 친자관계에 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있다. 생전 아버지의 의사가 자신이 사망한 다음 냉동 정자를 이용한 임신, 출산에 동의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염색체 검사상 부자 관계가 인정되면 친자관계를 인정할 것인지, 아버지의 사후 오랜 기간이 지나 냉동 정자를 이용한 경우 태어난 아이에게도 친자관계를 인정할 것인지 등이다. 친자관계를 인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가족관계등록부상 친자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을 떠나 대습상속 등 재산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인공수정, 시험관시술 등을 통한 임신, 출산의 증가로 기존 민법이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고, 그와 같은 문제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비배우자의 정자를 이용한 시험관시술에 있어 친자관계, 법률상 배우자의 난자, 정자를 수정한 배아를 대리모에게 이식하여 출산한 경우 친자관계 등 그 유형 역시 다양한데, 현재까지는 그때그때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기다려 분쟁을 해결하고 있다. 인공생식기술을 이용한 임신, 출산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하여 민법상 규정이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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