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공식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EU로 수출되는 철강 제품들은 대부분 자동차·가전 등 EU 내 한국기업이 투자한 공장에 공급돼 이탈리아 현지 생산 증대와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문 대통령의 EU 철강 세이프가드 한국산 품목 제외 요청은 이번 유럽순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에두아르 필립 프랑스 총리에게 요청한 바 있다.
이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프로세스에 대해 이탈리아가 적극 지지해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의 실천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이어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및 발사대 폐기를 약속했고, 미국의 상응 조치 시 국제적 감시 속에 대표적 핵 생산시설 폐기를 공언했다”며 “북한의 핵시설이 폐기될 경우 비핵화는 상당 부분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는 만큼 북한이 비핵화를 계속하도록 국제사회의 격려와 유인조치가 필요하며 이탈리아와 EU(유럽연합)가 이를 적극 지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유인조치는 종전선언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일부 유엔제재 완화를 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콘테 총리는 “문 대통령께서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매우 중요하며 역사의 한 장을 쓰고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는 항상 지속적으로 완전하게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차관급 ‘전략대화’와 ‘산업에너지협력 회의’를 신설해 이를 견인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국방협력협정’과 ‘항공협정’도 체결하는 등 제도적 기반까지 마련, 양국 간 협력이 정치·경제·국방·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와 한국은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에 대한 공동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양국이 이러한 공동의 가치를 유지하고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자”고 밝혔다.
콘테 총리는 또 이탈리아 농축산물 수출 등에 대한 문 대통령의 관심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회담 및 오찬을 갖고 한반도 정세와 양국 간의 경제, 무역, 인적 교류 증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