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중소기업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특히, 기술유출 피해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건수는 78건으로 2016년 대비 20건 증가했다. 총 피해액은 1022억 원으로 2015년 902억 원과 비교하면 100억 원 이상 늘어났다. 지난 5년간 해외 기술유출 시도 적발은 총 152건이며 이 중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시도는 102건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대기업의 해외 기술유출 건수인 35건(23%)보다 3배가 넘는 수치다. 최근에는 사이버 해킹으로 인한 기술유출 피해액이 연간 3000건 이상 발생하는 등 그 수법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경기도 소재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퇴사한 직원이 제조 핵심 기술을 외부에 알려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취약한 중소기업의 현실에서 사이버상의 기술유출 시도까지 일어난다면 회사 차원에서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은 아예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올해 8월 제주서 열린 ‘벤처기업포럼’에 참가해 “무슨 일이 있어도 기술유출만은 막겠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앞으로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불특정 대상에 대한 경고까지 했다.
기술이 유출된다는 것은 빼앗긴 회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정책 당국은 일련의 통계에 대해 전 정부 때의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누구의 책임인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중기부는 보다 강력한 의지와 실행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