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인더 싱 조프라(64) 씨텍솔루션 최고경영자(CEO)는 10~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8 국제 해양플랜트 전시회’에 참석했다. 씨틱솔루션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선박 설계회사다. 조프라 CEO는 한국의 중소 조선업체나 선박 기자재 업체들이 훌륭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마케팅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에게 해양 플랜트, LNG 부문의 전망과 스마트 선박 사업, 기자재 사업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해 물었다. 아울러 그와 함께 한국 조선업체들의 장단점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봤다.
- 씨텍솔루션은 어떤 회사인가
“우리 회사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선박 설계회사라고 생각한다. 씨텍솔루션의 강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고객 맞춤형 디자인, 두 번째는 창의적인 디자인이다. 세 번째는 앞선 두 가지가 다른 회사들보다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환자들이 의사를 만날 때 명의를 만나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선박 설계 부문에서는 명의라고 보면 된다. 한국에도 부산에 사무소가 있는데 이는 연락 사무소 역할만 하고 있다.”
- 이달 부산에서 열린 ‘2018 국제 해양플랜트 전시회’에 참석했다.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나
“전시회에서 한국의 스크러버 업체와 MOU를 체결했고, 여러 업체와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였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소위 ‘빅3’ 업체들은 우리의 타깃 고객이 아니다. 우리는 독립적으로 설계할 수 없는 중소형 조선 업체들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선주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우수한 중소형 조선 업체들을 중계하고 싶어 이번 전시회에 참여했다.”
- 글로벌 선주들에게 한국 중소형 조선업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면서 한국 회사들도 선수금환급보증(RG)이 가능하다는 것을 글로벌 선주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주 가격이 중국보다는 비싸지만 질적인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선주들에게 설명한다. 우리는 조선소 말고도 조선 관련 기자재 업체와도 협력하려고 왔다. 또한, 한국 중소 조선업체들은 LNG 시스템과 관련해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ROV(원격조종 무인잠수정), AUV(무인잠수정) 부문 기술은 한국이 매우 우수한데, 이를 해외에 영업하려고 한다.”
- 2000년 씨텍솔루션을 세웠다. 성장 과정을 설명해 달라
“20년 동안 300~320여 개의 디자인을 했다. 이 정도의 맞춤형 디자인 설계를 한 곳은 매우 드물다. 우리는 항상 기술적·생산적인 측면에서 다른 회사들보다 앞서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하나의 설계를 위해 4개월가량을 소요했지만, 이제는 노하우가 쌓여 2개월 정도로 줄였다. 우리가 자랑하는 배는 심해 발굴 선박인데, 이것은 바닷속 2000m에서 금과 같은 광물을 캐내는 것이다. 5년 동안 선박이 움직이지 않고 심해 광물을 안정적으로 캐내는 것을 설계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 앞으로 한국 업체와 어떤 부문에서 협력하고 싶나
“최첨단 기술에 대한 것이다. 특히, LNG 출력 시스템 등 LNG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같이하고 싶다. 또한 심해 광물을 무인으로 탐사 발굴하는 ROV, AUV 업체들과 함께 협력하고 싶다. 이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협력하고 싶고, 방위사업과 관련해서도 한국 업체를 물색하는 중이다.”
- 씨텍솔루션은 해양플랜트 기자재나 설계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가 영향으로 발주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한국 조선업체들도 이 부문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많은 선주들은 저렴한 가격에 선박을 발주하고 싶어 한다. 한국 업체들이 훌륭한 기술력을 갖고도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임금이 저렴한 나라에 조선소를 세워야 한다. 그래야 유가의 영향을 덜 받고 수주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 조선소를 건설해, 한국의 업체가 경영한다면 유가에 상관없이 많은 이익을 남길 것으로 보고 있다.”
- 씨텍솔루션은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다. 현재 싱가포르와 한국이 선박 수주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싱가포르 업체와 한국 업체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은 야드가 하나로 통합돼 있는데, 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야드가 통합돼 있다는 것은 배를 건조하는 곳, 기자재를 만드는 곳, 설계하는 곳이 한곳에 밀집해 있다는 것이다. 업황이 좋을 때는 탄력을 받고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지만, 업황이 좋지 않을 때는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자재 업체나 설계 업체의 경우에는 해외 수주 능력이 부족해 업황이 좋지 않을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 노조의 파업이 잦다는 것도 약점이다. 선박은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의 지원이 미진하고 노조의 파업이 지속되면 선주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는 기자재 산업이 없는 대신 선박 서비스 산업이 발달돼 있어 마케팅 부문이 뛰어나다. 마케팅이 발달하기 위해선 선주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데 이 부문에서 강점이 있다. 글로벌 영업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강점은 정부의 지원이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싱가포르와 한국 업체 모두 가치 선박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이 선박들은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들이다. 정부 지원은 싱가포르가 한국에 비해 앞서 있다.”
- 인도인인데 싱가포르에 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싱가포르는 나라 자체가 브랜드다. 비즈니스 환경이 매우 잘 구축돼 있다. 또한 한국과 같은 파업이 없어 기업하기에 적합하다. 싱가포르에서는 기업의 노조가 정부 소속이라고 보면 된다. 노조가 정부를 대변하고, 정부는 노조 사람을 고용하는 형태다.”
- 국내 조선업체들이 LNG 외에도 어떤 분야를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스마트 선박 부문이다. 선주들이 배를 운영할 때 70%가 유류세, 30%가 선원의 월급으로 지출된다. 스마트 선박으로 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유류세와 고정비를 줄일 수 있다. 우리는 무인(無人) 선박을 설계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를 활성화하면 고정비가 절감된다. 선주들 입장에선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5년 내에 선박 평형수 설비 관련 사업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선박 자체보단 스크러버 등 기자재를 만드는 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 한국 중소업체들은 줄도산 위기다. 경쟁력 제고 방안은
“회사가 망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숙련공들이 직업을 잃는 것이다. 숙련공들은 장기간의 노하우를 통해 기술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이들이 실직해 이런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이후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시간이 더욱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나서서 숙련공들이 해외에서 기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인재가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법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싱가포르에선 해외에 숙련공이 진출한다고 하면 엄청난 지원을 해준다.”
- 한국 조선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글로벌 조선 불황 이외에 무엇이라고 보나
“아무래도 고비용 구조다. 고비용이 들어가면 높은 성과를 내야 하는데 한국 업체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LNG, AUV 등 고부가사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글로벌 마케팅도 적극 가담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싱가포르에 비해 글로벌 마케팅 및 선주와의 영업 소통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데,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고바인더 싱 조프라 씨텍솔루션 CEO는?
조프라 CEO는 1975년 인도공대(IIT)를 졸업했다. 이후 인도 해군과 조선사 등에서 선박 설계 업무를 하다 2000년 씨텍솔루션을 창업했다. 그가 세운 선박 설계 회사 씨텍솔루션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태국 등 아시아 8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