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창한 중국국제수입엑스포(CIIE)를 통해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상하이에서 다음 달 5일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이 박람회에 참가 신청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바이어 16만 명과 이들을 지원할 관리들이 총출동한다. 이에 해외에서도 130개국에서 2800개사가 참여하는 등 호응하고 있다. 알파벳 산하 구글과 보잉, 캐터필러, 페이스북,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퀄컴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명단을 빼곡히 채웠다.
이런 열기는 중국의 거대한 구매력을 반영하고 있다. 분야도 선진 제조업 시스템에서 식료품 등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입 수요가 조만간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중국이 수입국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과 맞먹는 국가로 도약하려는 시 주석의 야망이 전례 없는 저항에 직면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은 최소 96개국과의 물품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외국 기업에 자신의 시장을 계속 닫는 대신 세계 대부분 시장에는 쉽게 접근하는 혜택을 누렸다.
이런 불공평한 흐름에서 나온 반발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무역 전쟁이다. 트럼프는 2500억 달러(약 284조 원)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은 물론 중국이 자국 기업의 기술을 훔쳐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에 대해서도 개발도상국에 거대한 부채를 지게 하는 ‘채무의 덫’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자국이 세계 2위의 수입국이며 향후 5년간 전 세계에서 수입할 물품과 서비스 금액이 총 10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매년 캔톤페어 등 무역 박람회가 약 4000회 열린다. 그러나 시 주석이 제안한 이번 CIIE는 국제적인 인식을 바꾸려는 야심 찬 프로젝트라고 WSJ는 전했다.
미중비즈니스협의회(USCBC)의 제이컵 파커 부사장은 “중국은 눈에 띄는 형태로 수입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며 “수입을 크게 늘리는 것은 해외 기업들이 중국에 품는 우려를 억제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내달 엑스포를 지원하고자 중국 전역의 관리들은 자국 기업을 강력히 지원하고 압박하고 있다. 기업들에 수입 목표를 요구하는 한편 상하이로의 출장 경비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관리들은 수개월 간 세계 곳곳을 방문하며 외국 기업과 자국 대사관, 업계 단체에 엑스포를 홍보하고 있다.
다만 CIIE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외국 기업들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최고경영자(CEO)의 참석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무역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CEO가 참가하면 중국의 무역정책에 과도하게 동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CIIE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200곳이 전시관을 임대했다. 그러나 WSJ 조사에서 참석이 확인된 고위 경영자는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의 크리스토프 프란츠 회장, 1명밖에 없다. 미국 정부도 대표단을 파견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