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고위관료들이 박근혜 정부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직간접으로 인사청탁을 한 문자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관가에서는 이런 인사청탁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고위 관료들이 보낸 청탁 문자는 노골적이었다. 안택순 조세심판원장은 2015년 5월 안 수석에게 “기재부 세제실 국장 인사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수석님께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 번만 도와 달라. 평생 잊지 않겠다. 시간 가능할 때 전화 한 번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도 했다.
당시 조세기획관이었던 안 원장이 세제실 선임 국장인 조세총괄국장에 행시 34기 후배 기수 인사를 앉히려는 움직임이 있자 2기수 선배인 안 원장이 이를 막기 위해 안 수석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다. 안 원장의 청탁이 통했는지 이후 인사에서 조세총괄국장은 행시 31회인 한모 국장이 됐고 1년 뒤엔 안 원장 자신이 조세총괄국장이 됐다.
박성동 국고국장의 후배인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은 안 수석에게 “형, 인사청탁 하나 합시다”라며 “제 선배 중에 박성동 국장이라고 있는데 기재부를 떠나 소위 인공위성으로 너무 오래 있었다. 가능하면 기재부 본부로 좀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박 국장은 기재부 본부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외청을 떠돌고 있었고 청탁 이후 본부(국유재산심의관)로 발령이 났다. 장호현 한국은행 감사는 안 수석과 고향 친구인 대학교수 친구를 통해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에 장호현 국제금융심의관을 고려해 주기 바란다. 현재 진행 중이고 막바지 경합 중이라고 한다”는 인사청탁을 했다.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도 2016년 10월 같은 고향(전남 순천)인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를 통해 인사청탁을 한 문자메시지도 공개됐다. 당시 재정관리국장이던 조 사장은 지난해 초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올해 초에 조폐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외에 안종범 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한 기재부 관료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 결과 전 기재부 고위관료는 대학동문 선배인 유력 여권 인사에게 인사청탁을 통해 한 금융 유관기관장으로 옮겼다. 더 큰 문제는 인사청탁 당사자도, 중계한 사람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데 있다. 이들은 오히려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18일 “기재부는 다른 부처와 비교해 동기나 선후배끼리 경쟁이 심하다 보니 인사청탁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직 장관을 지낸 한 중진의원은 “장관이 되자마자 청탁 전화가 끊이지 않아 ‘청탁 전화가 오는 사람은 승진에서 배제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뒤에야 잦아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