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미국의 대중국 통상압력 강화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통상압력을 강화하는 이유를 이같이 꼽았다. 아울러 이같은 분쟁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00년 820억 달러에서 2017년 3357억 달러로 네 배 넘게 늘었다. 또 같은 기간 미국의 전체 적자 대비 중국 비중은 22.0%에서 60.8%로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미 정부는 이같은 무역불균형 원인으로 미·중간 평균 관세율 격차(2016년 기준 중국 7.9%, 미국 2.9%)와 더불어 수출입규제·기술장벽 같은 비관세장벽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지적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세계화 전략도 미국으로서는 글로벌 영향력 약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우선 주변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중심국가로 부상하겠다는 ‘일대일로’ 정책이 2049년 계획대로 완료된다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아우르는 경제통합지대가 형성될 전망이다. 국가주도 경제개발 전략인 ‘중국제도 2025’의 목표는 최첨단 기술분야를 선도해 세계적 제조국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 우호적인 무역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합의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안 등 무역협정 재협상에서도 미국측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아울러 미국 다국적기업들이 중국 내수시장에 보다 원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봤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크게 확대된 미국의 대중국 통상압력 특징은 우선 무역확장법 232조와 일반 301조 등 자국 통상법을 적극 활용해 국가안보와 불공정무역행위 등에 대한 일방적 보복조치가 단행됐다는 점이다. 또 과거 민간기업의 청원에 의한 무역구제조치와 달리 최근엔 정부 주도로 시행되면서 대상 품목도 확대됐다. 이밖에도 무역불균형 완화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 보호와 외국인 투자제한 및 차별대우 철폐 등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 호조와 여타 국가와의 통상협상 진전 등은 대중국 통상압력 장기화를 가능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요구사항이 시진핑 정부의 향후 발전 계획과 상당부분 연관이 있어 이를 받아들이기 곤란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다희 한은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올해를 넘겨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만큼 글로벌 교역 및 세계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며 “우리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수출품목 및 지역 다변화에 보다 많은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