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오일쇼크' 현실화되나

입력 2008-05-23 07:46 수정 2008-05-2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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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최고점 예측할 수 없다"

국제 유가가 거침없이 상승을 하면서 '3차 오일쇼크'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22일 국제 석유시장의 척도인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133달러를 넘어섰고 중동산 두바유 현물가격 역시 123달러를 넘어서는 등 연일 급등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유가 급등 현상이 과거 유가 상승 현상과는 다른 양상이여서 예측이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또 사실상 석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불을 끌 마땅한 '소화기'가 없어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내야만 할 형편이어서 각종 경제지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유가가 정부의 예상치를 한참 벗어나면서 경제의 하강은 기정사실화했고 세계적 투자은행들 사이에서는 한국 경제가 올해 4% 초반만 성장해도 다행이라는 시각이 퍼지고 있다.

◆왜 유가 오르나

시장에서는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구제유가의 상승세가 언제, 어느 수준까지 계속될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달러화 약세로 투기자금이 석유시장에 계속 유입되고 있는 데다 이란, 나이지리아 등 산유국 정정불안도 해소되지 않아 유가 고공행진은 당분간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배럴당 200달러를 예고하고 있고, 피크오일론(석유생산이 정점을 지나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2일 '원자재가격 급등요인과 전망' 보고서에서 유가급등 요인으로 투기자금(40.3%), 지정학적 리스크(39.7%)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공급 부족과 달러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유가상승 기대감이 커지자 시중 과잉유동성 자금이 원유 선물시장으로 대거 유입돼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귀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현재 투기자금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이 유가 상승에 결정적"이라며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상품을 제외한 (투자자금이 유입될) 시장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또 "유동성 규모에 비해 원자재 상품 시장이 크지가 않아 조그마한 변화에도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구자권 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1~2개월의 근월물 유가뿐만 아니라 3~5년 선물 유가조차 급등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로 볼 때 최근의 유가 급등은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시장에서 시작된 불안감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 팀장은 "투기자금 뿐만 아니라 포토폴리오 차원에서 투자하는 기관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상승세 어디까지 갈까

자고 나면 배럴당 3∼4달러를 오르내리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국제유가 200달러 시대도 멀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3년 전 국제유가가 '대급등(Super spike)' 시대에 돌입할 것을 예상했던 골드만삭스는 지난 5일 보고서에서 6∼24개월내에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150∼200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 유가의 움직임을 보면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귀수 연귀위원은 "북해유전, 사우디 유전 등이 한계생산에 도달하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유가 상승의 원인이며 화약고 같은 중동 정세가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이 추가적으로 늘어만 가고 있다"며 유가 예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정 연구위원은 "그동안 원유 수급, 지정학적 리스크, 대외 변수 등 통한 유가예측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원인들의 비중이 변한 만큼 예측이 어렵다"면서 "지금은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구자권 팀장도 "지금 유가를 전망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며 "최근의 유가 상승 랠리가 주춤해질 때까지는 더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영향은…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6.5달러만 올라도 경제성장률은 1.07%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3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 저하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정귀수 연구위원은 "지난 1.4분기 평균 유가는 90.7달러로 당시 원유 산업의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률이 제로(0%)이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며 "평균 유가가 110달러를 넘어간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자구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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