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돋보기-기재위] ‘서발법’ 통과 총력...영리병원이 최대 변수

입력 2018-10-2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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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9일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제주 영리병원 불허 응답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대표자 기자회견'에서 의료영리화저지단체 회원이 '국내 첫 영리병원 도입 철회'를 촉구하는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올해 1월 9일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제주 영리병원 불허 응답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대표자 기자회견'에서 의료영리화저지단체 회원이 '국내 첫 영리병원 도입 철회'를 촉구하는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예산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상임위인 만큼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기재위에 계류돼 있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핵심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이다. 기재위는 국감이 끝나면 6년 넘게 계류돼온 서발법 등을 논의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서발법은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 발의된 법으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기재부의 당정 협의를 거쳐 정부안으로 발의됐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이 법은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와 연구·개발(R&D) 세제 혜택, 창업·해외 진출 지원이 골자다. 정부가 5년마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 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시행 및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서비스 산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든다는 것이다.

최대 쟁점은 의료 민영화 추진이다. 2011년 발의된 서발법은 “의료, 교육, 관광·레저, 정보통신 서비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 산업에 대하여 적용한다”고 범위를 정했다. 이 때문에 공공서비스인 의료서비스에 영리 의료법인이 설립되거나, 국민이 진료거부를 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듬해 19대 국회에서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으로 대상이 바뀌었으나 ‘대통령령’ 문구가 발목을 잡았다. 대통령령은 시행령이기 때문에 국회를 거치지 않고 법 개정이 가능해서다.

20대 국회에서 서발법 적용 대상이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법 내용인 “통계법 제 22조 제1항에 따라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한 서비스업으로 정의”로 바뀌었다. 그러나 한국표준산업분류의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는 병원, 의원, 공중보건 의료업, 기타보건업이 포함돼 있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서발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보건 의료계 반발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원격진료 관련 법안(서발법)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며 “야당과 어느 정도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보건’을 서비스 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야당과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는지 주목된다. 김정우 기재위 간사는 8월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 증진법에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함’이라는 문구를 삽입한 대체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규제 완화 취지가 무색하다고 반발했다. 의료업과 관련 없는 의약품, 의료기기 연구, 의료관광 등 부대사업만 허용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추경호 한국당 간사는 입법조사처(입조처)의 해석을 빌려 ‘원안 통과’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입조처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영위와 영리 자회사 설립은 의료법 및 의료법 시행규칙을 따라야 한다”면서 “의료기관은 서발법 적용 대상이긴 하지만, 서발법은 ‘서비스산업에 관해 다른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이를 따른다’고 돼 있어 부대사업 등 의료기관의 영리 추구 행위를 확대하는 통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발법 제정만으론 의료기관의 영리 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만일의 의료영리화 가능성을 어떻게 예방할지에 대한 한국당의 대책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왜 꼭 병원이 호텔업을 같이 해야 하는 건가”라면서 “관광업을 융복합해서 같이 하면 의료산업이 발전할 것처럼 주장하지만 곧바로 영리화를 초래해 국민부담이 늘어 안 된다는 게 우리 당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호텔업, 여행업을 같이 하면 성형수술을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엄청 늘어날까”라며 “이미 수술 관광객을 모아 와서 숙박 등을 패키지로 하고 병원만 따로 예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최교일 한국당 의원은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서 일자리를 늘려보자는 취지”라며 “전 세계 부가가치의 40%가 보건·의료에서 창출될 전망이라고 한다. 중요한 일자리 분야가 될 수 있는데 우리가 (영리화) 겁을 내서 의료·보건 분야를 뺀다면 법의 의미가 많이 반감된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서발법 체계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법 자체의 필요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 법 명칭이 서비스산업 발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단순히 한 분야를 넣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다. 기본법의 틀을 갖고 왔는데 한 분야를 빼고 넣는다고 법 체계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법이란 구체적 효과를 갖고 따져야 한다”며 “지금 논의는 이 법이 대체 뭘하자는 법인지, 왜 필요한지, 서비스산업별 특성에 맞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의원들이 필요성에 확신도 갖지 못한 채 통과시키면 어떻게 책임지려 하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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