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지엠 ‘먹튀’ 우려 해소가 먼저다

입력 2018-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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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19일 주주총회를 열어 연구개발(R&D) 법인분리를 통한 ‘지엠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2대 주주 KDB산업은행이 ‘비토권’을 행사할 예정이었으나, 한국지엠은 산은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의결을 강행했다. 산은은 의결 무효를 위한 법률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노동조합 또한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R&D 법인분리가 ‘먹튀’를 위한 정지 작업이라고 주장, 1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한 데 이어 조합원 투표에서 78.2%의 찬성으로 쟁의 행위를 가결했다. 곧 중노위의 조정중단 결정이 내려지면 즉각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5월 81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겨우 경영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한 한국지엠이 5개월 만에 다시 심각한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지엠의 법인분리는 생산·정비·판매와 R&D 부문을 따로 떼내는 것이다. R&D법인이 신차 개발을 위한 미국 GM 본사와의 직접 협업으로 제품경쟁력을 높이고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분리되는 법인은 GM 본사의 관리로 들어가 차세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디자인 및 개발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산은은 한국지엠의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고, GM 측과 맺은 경영정상화 협약에 어긋난다며 반대해왔다. 효과도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협약은 산은이 8100억 원을 출자 형식으로 지원하는 대신, GM은 향후 10년 동안 한국 내 공장을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노조는 법인분리를 구조조정 이후 ‘먹튀’를 위한 수순으로 간주하고 있다. 회사가 R&D법인만 남기고 생산 기능을 축소해 공장을 폐쇄, 또는 매각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군산공장 폐쇄와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물론 협약에 따라 GM 본사는 2023년까지 한국지엠의 지분을 매각할 수 없고, 이후 5년간 지분 35% 이상의 1대 주주를 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지엠이 지금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앞으로 철수 논란이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임금은 높은데 생산성은 떨어지고, 판매 또한 극도로 부진하다. 작년까지 3조 원의 누적적자에 더해 올해도 1조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고강도 구조조정과 판매 회복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럼에도 막대한 국민 혈세를 잡아먹으면서 한국지엠이 독단적인 법인분리를 강행키로 한 것은 다시 ‘먹튀’ 논란을 자초하는 일이다. 법인분리에 앞서 이 같은 의구심부터 해소돼야 한다. 산은, 그리고 노조와의 대립으로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면 정상화는 갈수록 멀어진다. 결과는 공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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