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현장에 놓인 꽃과 편지…"아무 도움 못 줬다" 세월호 연상하는 시민들

입력 2018-10-22 16:49 수정 2018-10-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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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소재 PC방 앞에 마련된 고인의 추모 공간에 추모객들이 두고 간 선물과 편지가 쌓여있다.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소재 PC방 앞에 마련된 고인의 추모 공간에 추모객들이 두고 간 선물과 편지가 쌓여있다.

"세월호 사건이랑 똑같다. 아무것도 못 한 채 당했다는 게."

22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의 신상이 공개된 가운데, 사건 현장에는 고인을 위로하려는 추모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PC방 앞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작은 공간이 마련됐고, 추모객들은 고인에게 전하는 메시지와 선물을 두고 가며 눈물을 훔쳤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경기도 구리에서 왔다는 장모(45) 씨는 "뉴스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여기까지 왔다"며 "나도 피해자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는 자식을 둘이나 가진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세월호 사건과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아무것도 못 하고, 경찰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당했다는 점에서 똑같은 것 같다"며 "오늘 딸이 메신저로 언론에 공개된 범인 얼굴을 보내줬는데, 이런 범죄자들의 신상은 낱낱이 공개해 사회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PC방 앞에 마련된 고인의 추모 공간에 한 시민이 고인을 향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PC방 앞에 마련된 고인의 추모 공간에 한 시민이 고인을 향한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추모 공간은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과 편지, 과자들로 가득했다. 자신이 동네 주민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중학교 1학년과 3학년 남학생 아들 두 녀석을 둔 엄마다. 소식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아프고 눈물이 났다"며 "이렇게라도 글을 쓰고 와봐야 할 것 같았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

고인의 학창시절 친구라고 밝힌 한 청년은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가 아플 때는 자기가 다 한다고 나를 의자에 앉히고, 모든 일을 다 도와주던 착한 친구였다"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너무 힘들다"고 슬픔을 표했다. 이어 그는 "너무 힘들지만 많은 사람이 네가 억울하게 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고, 나도 노력할거다. 그곳에서는 편하게 네가 좋아했던 메이플하고 있어"라고 메시지를 마쳤다.

또 다른 동네 주민은 "고인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같은 동네라는 이유로 가슴이 더 아프다"면서 "이 사회가, 대한민국이 많이 미안하다. 아팠던 고통 싹 다 잊어버리고 편히 눈 감아라"는 내용의 편지를 두고 갔다.

고인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PC방에는 추모객들을 위한 국화꽃이 마련돼 있었다. 해당 PC방에서 석 달 째 근무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직원인 윤모(22) 씨는 "점장님이 추모객들을 위해 오늘 오전 국화꽃을 카운터 옆에 가져다 두셨다"며 "한 살 어린 동생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 마음이 안좋다"라고 말했다.

▲추모객들이 쓴 편지들. 대부분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고인에게 전하는 내용이었다.
▲추모객들이 쓴 편지들. 대부분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을 고인에게 전하는 내용이었다.

PC방이 위치한 상가는 고깃집, 미용실, 치과, 스크린 골프장, 독서실 등 다양한 업종들이 몰려있는 만큼 유동인구가 많았다. 상당수 시민들은 PC방을 지나가다가 추모 공간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춰 묵념을 하는 모습이었다. 한 시민은 '희망호'라고 만들어진 보라색 배를 두고 가기도 했다.

상가 건물의 한 상인은 "사건 당시 상가 내 모든 가게가 쉬고 예배가 있던 교회만 유일하게 문을 열었었다. 사람들이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PC방을 지나지 않은 채,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교회로 올라갔을 것"이라며 "PC방 앞에 있는 마트도 그날 문을 닫아, 살인 사건을 저지할 시민이 없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피의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청원자가 89만 명을 넘으며 역대 최다 청원 인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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