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패닉에 빠진 가운데 시가총액 순위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주가 급락으로 시가총액 역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코스피가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가운데 이날 장중 내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순위 경쟁이 펼쳐졌다. 1·2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274조)와 SK하이닉스(50조)를 제외하고 삼성전자우와 셀트리온(31조· 30조 ), SK텔레콤과 포스코(22조8106억·22조6249억 원) 등은 치열한 자리 싸움을 이어갔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무역 전쟁과 신흥국 금융위기 등의 악재로 증시가 출렁인 최근 6개월간 크게 변했다. 줄곧 10위 안에 머물던 SK, 현대모비스 등 국내 대기업 그룹주는 20위권으로 하락했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위세를 떨치던 유통 기업 역시 상단에서 밀려났다.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진 종목은 한국전력이다. 올 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낮은 가동률, 전기 누진세 개편 등으로 적자가 이어지면서 14위(18조5855억 원)에서 20위(16조7873억 원)로 추락했다. 그 사이 시가총액은 2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현대차와 LG화학 역시 제조업 불황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부진에 각각 20.46%, 23.78% 감소했다.
증권가는 시가총액의 변동이 불안정한 국내 증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군사적 긴장감과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관련 강경 발언에 따른 무역 전쟁 공포감이 극대화한 상태”라며 “한국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과대한 이유는 수급적 요인과 반도체를 비롯해 내년도 기업이익 감익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코스닥시장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신라젠이 각각 1· 2위를 유지했다. 특히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컴투스, 파라다이스, 펄어비스 등 콘텐츠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5위에서 3위로 오른 CJ ENM은 6개월 사이 시가총액이 34.67% 불어났다. 반면 제넥신, 코미팜, 휴젤 등의 제약·바이오 기업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특히 코스닥 시장은 조그만 변수에도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며 “결국 실적 향상과 성장성이 기대되는 미디어, 게임 등의 콘텐츠 관련 성장주들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