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지배구조 진단] 삼성웰스토리-호텔신라 합병, 삼성물산-생명 빅딜

입력 2018-10-24 14:21 수정 2018-10-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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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선 삼성그룹에서 연내에 나올 수 있는 지배구조 차원의 변화로 먼저 삼성웰스토리와 호텔신라의 합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나 지주사 전환이 각종 규제에 막혀 어려운 것에 비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따른 계열사나 개인회사 매각은 오너의 판단이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웰스토리 연내 매각 가능성= 24일 재계 및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 삼성웰스토리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새롭게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웰스토리는 단체급식 및 식자재 유통 회사로 2013년 물적 분할을 통해 현재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가 됐다. 총수 일가 보유 직접 지분이 없기 때문에 현행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다음 달 국회에서 통과되면 총수 일가가 20% 이상 보유한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삼성물산의 경우 오너 일가 지분율이 36%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삼성웰스토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대기업 집단의 사익 편취 규제 관련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일감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의 규제 회피 사례로 삼성웰스토리를 들기도 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 삼성웰스토리는 다양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삼성웰스토리와 호텔신라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 연구원은 “삼성웰스토리가 그룹 계열사인 호텔신라와의 합병을 진행함으로써 지분율 요건을 벗어나는 동시에 그룹 내부 매출 비중을 낮출 수 있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양사의 합병은 연관 사업으로의 확장으로 시너지 확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룹 내 보유 지분율이 높지 않은 호텔신라(총 16.9%)에 대해서도 지배력에 대한 추가 확보가 가능해진다. 현재 호텔신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동생 이부진 사장이 경영하고 있지만, 이 사장은 호텔신라 지분이 없다. 호텔신라는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가 11.7%,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가 5.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삼성웰스토리가 호텔신라와 합병하면 삼성물산이 합병법인의 지분을 20% 이상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는 추후 검토될 수 있는 삼성그룹 계열 분리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물산 지분은 이재용 부회장이 17%,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5.5%를 갖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매출액은 1조7323억 원, 영업이익은 115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사업영역 가운데, 70% 이상을 차지하는 단체급식은 산업체, 공공기관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데 삼성그룹 내 안정적인 물량을 기반으로 외부사업을 적극 확대 중이다. 또 정금용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대표이사가 삼성웰스토리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 삼성물산, 생명 보유 전자 지분 빅딜 전망= 금산분리 관련해선 아직 뚜렷한 해법이 없다. ‘물산→생명·보험(금융)→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금융사 보유 전자 지분 매각은 곧 그룹 전체 지배구조를 바꿔야 하는 문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92%다. 삼성생명 보유 지분을 다 팔면 오너 일가 및 특수 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9.78%에서 11%대로 떨어져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경영권 문제뿐 아니라 이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삼성물산이 그나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일부를 매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은 금산분리의 첫 단추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조업인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금융사인 삼성생명이다. 이는 금융사가 일반 제조사를 직접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 구조다. 삼성전자의 1대주주가 삼성물산으로 바뀌면 적어도 금산분리의 명분은 얻을 수 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산분리 연결고리를 ‘지배력’으로 해석한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1대 주주가 누구냐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삼성물산으로 변경되면 어느 정도 정부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강제 지주회사 전환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매입으로 지주비율 50%를 넘게 되면 지주사 체제로 강제 전환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전환되면 삼성전자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높여야 하고 금융계열사 지분은 전량 매각해야 해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한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강제전환 되지 않게 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 등을 활용해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약 1.6~1.7%(4조6000억 원 규모)를 매입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삼성생명, 15조 전자 지분 시장 매각할까=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5.5%(15조 원 규모)를 시장에 매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삼성그룹 내 삼성전자에 대한 보통주 기준 지분율은 총 19.4%(삼성생명 7.9%, 삼성물산 4.7%, 삼성화재 1.4%, 총수일가·공익재단 5.5%)로 높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권인 의결권은 공정거래법상 규제 때문에 지분율보다 낮은 15%로 제한받는다. 즉 삼성전자에 대해 임원 선임·해임, 정관변경, 합병과 영업 양도 등 경영권 관련 주요 사안의 경우 총 지분율 19.4% 중 15%를 넘어서는 금융 계열사 보유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 금융계열사가 최대 5.5% 이내에 해당하는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매각 전·후를 기준으로 그룹 내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은 현재와 같은 15%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 현재 공정거래법상 의결권을 제한 받고 있는 지분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시장 매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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