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가치’가 없으니 같이 없다

입력 2018-10-2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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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수년간 진행해오면서 여러 개발자를 만나 브랜드를 잘 키워오기도 했다. 물론 반대로 일부 개발자들과는 의견이 달라 빛을 보기도 전에 중도 하차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케터인 필자가 발명을 업으로 삼는 개발자와 한솥밥을 먹는 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일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토로해본다. 모르긴 하나 상대 개발자 입장에서도 썩 다르지 않은 이유로 마음고생을 해 탄식이 나왔을 수 있으리라.

개발자는 자신이 가진 발명이라는 재주로 아이디어 상품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면 될 일이다. 마케터는 제대로 된 제품을 받아 제값에 많이 팔아 입소문을 창출하면 될 일인데 무엇이 그토록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줘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돈 문제일까. 사업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을 일을 진행한 후에야 뒤늦게 인식했기 때문일까. 불필요한 스트레스에 배가 산으로 가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면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날 때도 부지기수다.

모든 개발자와 하나의 이유로만 사달이 나지는 않는다. 반추하건대 어떤 이는 돈과 실속을 차리느라 평생을 같이하자던 약속을 배신하기도 했다. 일부는 필자의 마케팅 방식에 불만이 있어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했다. 상대방도 스트레스요, 대하는 나도 고민거리다. 모든 것을 터놓고 얘기하며 맞고 틀림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게 상책일 수 있다. 다만 이 또한 또 다른 싸움의 시발점이 됐던 경험을 보면 서로 간의 믿음이 왜 그토록 중요하다고 하는지 비로소 알 것 같다. 대화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해야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

믿음이라는 형이상학적인 이유는 그렇다 치고 표면적으로 공생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 구조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발명이라는 재주를 가진 사람과 설득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한 사람이 가진 경험의 한계는 서로 다르다. 쓰임이 다르다 보니 두뇌에도 총량이 있다면 한쪽이 진화하면서 다른 한 부분은 상대적인 퇴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것이 자기 합리와 합을 맞추면 고집을 넘어 아집으로 전이된다. 쓸모는 적어지고 주장만 강해지는 모양새다. 그 두 아집이 모였으면서도 끓고 있는 면에 스프만 넣으면 기가 막힌 요리가 나올 것처럼 속내를 숨긴 채 기대감만 한껏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미리 살피지 않았던 마케터의 아집과 개발자의 허황된 자신감은 쉽게 성공을 열지 못한다. 성공의 가치를 부(富)에 두는 게 얼마나 근시안적인가를 직감하는 대목이다. 성공한 브랜드에는 그래서 기업 가치, 브랜드 가치라는 것이 상존하는가 보다.

브랜드에 가치를 불어넣는 작업을 브랜딩이라 말하면서도 지금껏 그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일에는 등한시했던 것이 실로 부끄럽다. 한 브랜드가 론칭해 성공하고 소비자 인식 내에서 사라지는 기간이 5년에 불과하다는 말이 사뭇 낯설지 않은 이 시대에도 오래도록 브랜드로 장수하기를 누구나 바라지 않는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비로소 알 것 같다. 동업자와 가치를 나누고, 직원들과 이를 현실화하며, 준비의 시나리오 한 편 더 만들어두는 자세. 그것이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묘수임을 사업 15년차가 돼서야 비로소 느낀다. 현재의 동업자와는 믿음의 토대부터 다시 쌓아야겠구나 반성한다. 오늘도 만나고, 내일도 만나고, 1년 후, 10년 후에도 공존공생하고 있어야 할 개발자와 또다시 흐지부지 이별하지는 말아야겠다. 가치 있는 땀을 흘리며 같이해야겠다. 그간의 잘못을 교훈 삼아 비로소 성숙해짐을 이유로 나의 과거가 해피엔딩이될 수 있도록 다시 ‘가치’를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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