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콘텐츠 모니터링, 디지털 과세 등 IT 부문에 대해 다각도로 규제의 틀을 확대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이런 EU의 움직임에 데이터 경제를 기반으로 급성장해온 IT 기업들은 사업 모델 전환을 강요당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 24일 열린 ‘국제개인정보보호기구회의(ICDPPC)’에서 EU 당국자들은 규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EU의 데이터보호감독책임자인 지오바니 부타렐리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투명한 데이터 활용 사례는 아직 많다”며 “엄격한 규제 결과로 IT 기업 서비스가 유료화돼 사용자가 줄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부타렐리가 규제 강화 예로 든 것은 서비스 시작 시 데이터 이용 조건을 결정하는 초기 설정에서의 규제다. 페이스북의 초기 설정에서는 광고로의 데이터 활용을 기본적으로 허가하는 조건이다. 유럽에서는 이를 이용자가 보다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형태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규제를 강화하면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를 주된 수익원으로 하는 페이스북과 구글의 사업 모델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알렉산드로 애퀴스티 교수는 “페이스북 등은 그동안 이용자 대부분이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서비스 사용 조건에 동의하는 것을 활용해 데이터를 얻기 쉬운 초기 설정을 교묘하게 사용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EU는 데이터의 출구인 콘텐츠나 광고 관리에 더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과세도 할 방침이다.
유럽에서는 테러를 유발하는 과격한 게시물 등을 당국의 지수 후 1시간 이내에 삭제하지 않으면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가짜 뉴스도 삭제 의무 대상이 된다. 2020년 도입을 목표로 디지털 서비스 매출의 3%에 과세하는 방안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번 ICDPPC에서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IT 대기업 3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일제히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수년간 미국 IT 대기업과 유럽 규제당국의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들은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개인정보가 무기화하고 있다”며 “미국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애플은 자사를 하드웨어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데이터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면 구글과 페이스북의 입지가 좁아져 애플에 유리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당국과 협력해 나가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이용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데이터 보호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데이터 경제가 팽창하는 가운데 미국 기업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싶어 하는 EU의 규제는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어 양측의 대립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신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