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제맥주 시장의 ‘우리’ 대통령‘과 ’느그‘ 대통령

입력 2018-10-28 16:22 수정 2018-10-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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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느그’는 흔히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편과 상대를 나눌 때 쓰인다. 일례로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우리흥’이라 부르지만 그러지 못한 날엔 ‘느그흥’으로 비꼬듯 말이다. 최근 수제맥주를 놓고 정부가 두 얼굴의 모습을 보이자 정부를 향한 시장의 태도 역시 우리 대통령과 느그 대통령으로 나뉘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 오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호프미팅’을 주선했다. 국산 수제맥주 세븐브로이가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문 대통령은 기업 오너들 앞에서 세븐브로이 수제 맥주를 직접 따라서 나눠줬고, 이날 이후 세븐브로이는 ‘청와대 만찬주’로 이름을 알렸다.

많은 대중들이 “국산 브랜드를 알리는 대통령”,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 등으로 정부를 칭찬했다.

과연 정말일까. 정말 문재인 정부는 국산 수제맥주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업계의 속사정은 꽤나 달랐다.

실제로 당시 세븐브로이 맥주는 인기를 끌었다. 다만 기대했던 수익은 얻기 어려웠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홍보가 됐다지만 생산공장이 작아 주문을 다 받지 못했고 결국 더 발전할 시기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생산공장이 작은 것은 그간의 규제가 쌓이고 쌓인 결과로도 볼 수 있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소규모 맥주를 대상으로 외부 유통을 허용해 국산 수제 맥주 시장을 넓혔다. 2012년부터 수입맥주가 대거 들어온 상황에서 국산 브랜드에게 찾아온 사실상 첫 기회였다. 다만 정부는 외부 유통을 허용하되, 캔과 병은 안된다는 방침을 내렸다. 다소 김이 빠지는 법 개정이었지만 그럼에도 2015년은 국산 수제맥주 시장이 본격적으로 유통을 시작한 해로 기억된다.

그리고 올해 문재인 정부가 캔과 병까지도 허용 범위에 포함시켰다. 여기까지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수입관세를 철폐했다. 국산 맥주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변수였다. 올 1월부터 유럽, 6월부터 미국의 수입맥주가 자유롭게 세관을 통과하고 있다. 한 수제 맥주 관계자는 “캔병을 포함하면서 동시에 수입맥주 관세를 철폐한 것은 현 정부가 사실상 국내 맥주산업을 보호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앞에서는 국산 맥주 몇 잔 따라주고 대중들의 표를 얻은 대신, 뒤에서는 수입 물꼬를 트는 바람에 국내 업계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수입맥주에 유리한 현 주세법(종가세) 역시 종량세로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제맥주 업계는 현 상황에서 종량세를 유일한 해답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카메라 앞에서 맥주 따르는 각도를 고민할 시간에 실질적인 법 개정을 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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