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상처뿐인 삼바 재감리

입력 2018-10-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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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산업부장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정부와 금융감독원이 다시 논의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31일 논의할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 안건은 앞선 7월 증선위가 사실상 삼성 측의 손을 들어주며 결론을 냈던 건이다.

당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담당임원 해임 권고와 검찰 고발이란 중징계를 내렸지만, 그 이유를 분식회계가 아닌 ‘공시 위반’에 국한했다. 그리고 분식회계 부분은 금감원에 ‘재감리’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의 주장대로 중징계를 했지만, 분식회계 부분에 대해선 삼성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관례적으로 재감리 결정은 조사를 그만 마무리하라는 뜻이다. 이미 충분한 법리 검증을 통해 금감원이 내놓은 판단을 금융위가 ‘재감리’하라는 것은 금감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쟁점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취득원가)에서 관계회사(공정가치)로 회계 처리를 바꾼 것에서 출발한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 2012년이기 때문에 이때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정가치로 처리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2015년에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은 바이오젠이 이때 비로소 옵션 행사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관계회사냐, 종속회사냐를 사이에 둔 분식회계 논란은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대기업은 수많은 종속회사 혹은 관계회사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대기업인 K사는 종속회사로 분류했던 다 쓰러져가는 계열사를 매각 직전에 관계회사로 분류해 가치를 터무니없이 높여 판 적도 있다. 삼성바이오의 회계 변경건이 빅 이슈가 된 것은 이것이 삼성의 지배구조와 연관돼 있고, 회계처리 변경에 따라 가치가 무려 5조 원 가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금감원은 분식회계라는 유권해석을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이 유권해석을 의뢰하지 않았다 해도 금감원이 이런 중대 사안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왜 기업이나 회계법인에 경고를 하지 않았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재계는 처음부터 삼성의 승리를 예견했다. 한 사모펀드 대표는 “어떤 정신 나간 기업이 상대편이 옵션을 행사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처음부터 행사를 전제로 회계처리를 하느냐”며 “삼성바이오건이 분식회계란 주장은 진짜로 기업 경영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석 달간 무엇을 재감리했는지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배력 변경이 없었음에도 공정가치로 처리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지만, 이 발언은 그동안의 금감원 주장과는 배치된다. 금감원은 처음부터 공정가치로 평가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무슨 이유인지 이제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을 증선위원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금감원이 수면 아래로 내려간 삼성바이오건을 굳이 다시 이슈화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관례적으로 볼 때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의견을 조율하면 그만인 사안인데,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또 싸우게 됐다. 더 아쉬운 것은 이 과정에서 기업과 주주가 재차 피해를 보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 시장 자체가 무너진 것도 있지만, 삼성바이오건이 다시 증선위 안건에 올라간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바이오주는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뿐만 아니라 바이오 업계 전체 신뢰도에 상처가 생긴 것이다.

금융정책 당국자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떤 외압에도 이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산업 발전 측면과 배치되는 부분이 생길 때는 한 번쯤은 뒤돌아봐야 한다. 이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금융감독자로서의 원칙만 고수한다면 이는 무책임하거나 혹은 오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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